재계 30위권내 대기업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 기업의 제3자인수
는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부실기업을 인수에 특혜를 얹어주던 과거와 달리 부실기업 인수방법 자체가
투명하게 바뀐 탓도 있지만 바닥권을 헤매는 경기의 영향으로 인수희망
업체들이 아예 종적을 감췄기 때문이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부실화로 주인이 바뀌었거나 바뀔 예정인 대기업및
그룹은 덕산그룹 삼익 한보건설(구 유원건설) 우성건설 건영 한보그룹
삼미그룹 한신공영등 8개사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고 있는 진로 대농 기아그룹까지 합하면
11개사다.

이 가운데 덕산그룹은 지난 95년 2월 부도가 난뒤 해체됐으며 삼익은 지난
1월 신호그룹에 인수됐다.

나머지 부도기업들은 현재 모두 새주인을 찾고 있지만 난항을 거듭하며
장기 표류하고 있다.

<>우성건설=15일 57개 우성건설 채권금융기관들은 제일은행에서 대표자회의
를 갖고 우성건설을 한일그룹에 인수시킬지 여부를 논의했다.

채권단은 한일측이 지난 4월 금융조건및 우성에 대한 신규투자등 인수약정을
합의해 놓고 이제와서 법정관리지속및 금융조건의 추가완화(추가담보제공
거부)를 주장함에 따라 한일의 우성인수에 대다수가 반대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1월18일 부도가 난후 5월13일 인수업체로 한일그룹이
선정됐던 우성건설의 제3자인수작업은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게
됐다.

채권단은 그러나 앞으로 공개입찰방식을 통해 계속 우성의 제3자인수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에대해 한일그룹은 우성인수는 당초 "선인수 후정산"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인수는 이미 이뤄진 것이며 정산절차만 남았다며 기득권을 주장하고
있다.

한일측은 채권단이 인수업체를 따로 선정할 경우 고소 손해배상청구등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채권은행들의 입장도 상당히 강경하다.

이미 전북은행은 "한일그룹의 이같은 행위가 신의성실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조만간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방침
임을 채권단에 밝혔다.

관계자들은 이같은 사태로 인해 우성건설 인수문제가 장기미제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건영=지난해 8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부도를 낸 뒤 지난해말과 올해초에
걸쳐 6차례에 걸쳐 공개경쟁입찰을 실시했으나 응찰업체가 없어 유찰됐다.

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은 현재 수의계약형태로 새주인을 물색하고 있는데
그동안 관심을 보였던 한화 LG 새한미디어 신원 청구 벽산 등의 업체들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이로인해 서울은행은 금융조건 완화등 건영을 조기에 매각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준비중이다.

서울은행의 김현기 이사는 "자산액 4천억원이상으로 설정해 놓은 인수업체
자격요건을 완화할 수도 있다"며 "당초 가장 적극적이었던 동성종합건설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하는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보철강=지난7월8일 18개 대기업그룹및 철강업체들을 대상으로 공개
입찰을 실시하려 했지만 입찰신청 업체가 없어 자동유찰됐다.

업체들은 안건회계법인의 자산부채실사결과 한보철강의 자산부족액이
1조6천억원으로 나온데다 금융조건이 턱없이 까다로워 응찰자체를 포기했다.

채권단은 오는 29일 다시 2차공매를 실시할 예정이다.

대상업체는 지난 1일 입찰설명회에 참석한 현대 삼성 LG 대우 포철등
12개 대기업.

그러나 이들업체중 삼성만이 그간 한보철강인수에 다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냉담한 태도다.

채권단은 재입찰마저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을 추진할 방침인데 관계자들은
인수업체에 특융을 주는 등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올해안에 주인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진로그룹=지난 4월21일부터 부도유예협약을 적용받아 왔으며 오는 25일
채권단 대표자회의를 통해 앞날이 결정된다.

실사를 맡았던 한국신용정보도 15일 기업평가를 끝내고 결과를 16일
채권단에 통보한다.

한신정은 기업평가서에서 "채권단이 진로부채에 대해 이자감면조치를 취해
주고 진로의 자구노력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 경우 회생가능하다"는 결론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채권단의 추가 금융지원이 없다면 정상화 자체가 어려울지
모른다는 얘기다.

더구나 진로는 자금지원에 전제가되는 주식포기각서를 제출하지 않아
채권은행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자감면조치는 절대 불가"라고 말했다.

<>대농그룹=주거래은행인 서울은행에 경영권포기각서를 제출하겠다고
통보하고 관련서류를 제출했음에도 불구, 주식실물은 아직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로인해 미도파 대농에 대한 1백59억원의 자금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성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