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그동안 물밑에 머물던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논의가 수면위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국내 2위의 자동차메이커의 위기가 자동차산업의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게
될 것인가.

자동차업계는 폭풍 전야의 분위기다.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의 배경과 방향을 시리즈로 엮는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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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그룹이 부도방지협약 대상에 오르면서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을
둘러싼 재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기아그룹이 몸체인 기아자동차라도 살리려면 상당수 계열사의 매각이
불가피해진데다 이 과정이 국내 자동차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은 단지 기아그룹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쌍용자동차도 인원축소등 대대적인 자구노력에 들어가 있고
신규참여한 삼성자동차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쌍용자동차는 무리한 시설확장및 연구개발투자로 지난해말 현재 부채가
3조5천억원에 달하고 제품구조가 취약해 피를 짜는 지금의 자구노력으로도
성공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삼성자동차 역시 갈수록 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고 해외업체와의
제휴관계 유지가 불투명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당초 계획을
대폭 수정해야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나 대우도 안심할수는 없다.

외형은 계속 확대 신장하고 있으나 이익율은 더욱 감소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은 내수가 한계에 부딪친데다 수출시장의 여건도 좋지 않아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려면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나마 내수시장도 중대형차시장의 상당부분은 이미 수입차에 빼앗긴
상황이다.

게다가 99년이후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완전 해제되면 국내시장도
선진업체와의 완전경쟁체제로 돌입해 경영체질이 약한 업체들은 급속한
경영위기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메이커들의 경영적자를 부추기는 요인은 낮은 생산성과 기술수준이다.

국내 자동차메이커들의 1인당 생산대수는 23대.

일본의 40대에 비해 고작 60%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91년부터 94년간 노동비용은 경쟁국보다 훨씬 높은 19%의 증가율을
보였다.

기술력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연구개발에 적극 투자하고 있으나
기업규모가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여 선진업체와는 아직 거리가 멀다.

품질도 미국시장에서 아직 가장 낮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설비는 과잉상태다.

각업체들의 증설로 오는 2000년에는 1백8만6천대, 2010년에는 1백80만대의
공급과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IU나 DRI는 오는 2000년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이 4백만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시장개방으로 수입차의 내수시장 잠식이 발빨라질 것이 분명한데다
해외시장에 밀어내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선진기업들도 2000년 이후 세계자동차업계에는 10대 메이커만
살아남을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업체들이 10대 메이커로성장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며 합종연횡을 거듭하고 있다.

모든 업체가 철저한 원가절감, 전략적 제휴,해외생산 확대 등으로
구조조정에 나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업체를 겨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아의 위기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이 삼성의 신규진입이후
예상돼온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은 단지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2000년대에 살아남아야 하는 국내업계의 구조변화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김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