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상권에 지각변동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상권이 둔산등 신시가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그 과정에서 대전에 입성
하려는 서울의 대형 유통자본과 이를 방어하려는 토착유통자본간 사활을 건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

본격적인 "싸움"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양측의 잇단 점포확장및 신규
진출계획 발표로 전면전을 예고하는 신호탄은 이미 쏘아올려진 상태다.

대전지역 유통전쟁은 시내중심이 아니라 신흥 아파트촌을 무대로 한다는
점에서 부산등 다른 지역과는 양상이 다르다.

토착백화점 대 서울백화점 지방분점의 대결인 동시에 백화점 대 할인점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싸움의 구도도 한층 더 복잡하다.

최전선은 지난 88년부터 개발이 시작된 둔산 신시가지.

당장 오는 9월이면 대전의 터줏대감인 동양백화점이 둔산점의 문을 연다.

네덜란드계 할인점 마크로도 비슷한 시기에 둔산에 모습을 드러낸다.

롯데백화점 한화백화점 한국하이퍼마켓 등은 99년께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한신코아와 프랑스계 할인점 까르프는 이미 진지를 구축했다.

예정대로라면 둔산 신시가지에만 모두 7개의 백화점과 할인점이 들어선다.

둔산신시가지는 백화점과 할인점이 집중적으로 몰려든다는 점에서 수도권의
분당이나 일산 못지 않은 격전지가 될 것으로 현지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동양백화점 김종환상무는 "둔산 신시가지는 토착백화점과 대형유통업체가
한판 승부를 벌일 전쟁터"라며 "대전유통업계의 판도변화는 누가 둔산상권을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둔산신시가지 뿐만이 아니다.

신세계 프라이스클럽이 점포를 열 예정인 서대전쪽에도 비상이 걸렸으며
시내 중심에 위치한 기존 백화점들로 상권의 중심이동에 따른 고객이탈을
우려,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전은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토착 유통자본의 "천국"이었다.

백화점이래봤자 동양 대전 한신코아가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8월 백화점 세이가 문을 열고 뒤이어 11월에 까르프가 진출
하면서 상황은 1백80도 달라졌다.

게다가 라샹떼, 엔비등 백화점형태의 신세대 패션전문점이 틈새를 파고들어
기존 백화점의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동양백화점은 그래도 형편이 나은 편이다.

대전지역 백화점 전체매출액의 5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동양백화점은
대형유통자본의 지방진출에 대비, 4년전부터 둔산점의 개설을 준비해 왔다.

대형자본의 본격적인 남진에 앞서 둔산지역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을 편 것.

오는 9월 문을 여는 동양백화점 둔산점은 7천여평의 고객편의시설및
부대시설외에 3천여대의 주차수용력을 갖춘 메머드급 백화점.

총공사비만도 1천4백50억원이 들었다.

대전백화점도 대형 유통업체의 남진에 맞서 매장을 새로 단장하고 유명
브랜드를 대거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하지만 투자가 늦어진데다 재래시장내에 위치해 있어 고정고객의 이탈을
어느정도 막을 있을지 미지수다.

대전백화점은 작년까지 3년연속 매출감소를 보여왔다.

서대전에 위치한 백화점세이는 신세계의 입성에 대비, 60억원을 투자해
매장 재단장작업에 착수했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세이가 품격있는 백화점으로서의 차별화에 성공하면
프라이스클럽의 개점으로 인한 고객집객율이 상승함으로써 오히려 반사이익
을 볼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신코아는 둔산지역 아파트단지내의 지역밀착형백화점으로서 독점적지위를
누리다 모기업의 부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지난해말 개점한 까르푸에게 생활용품고객을, 백화점세이에게는 의류고객을
빼앗기고 있는 실정.

모기업의 부도여파로 50개가 넘는 주력브랜드도 매장에서 철수해 버렸으나
위치가 워낙 좋아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전상권이 정부3종합청사이전 고속철도개통 과학산업단지 조성등으로
한껏 부풀어오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전상권에 진행중인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백화점출점으로
경쟁력을 잃은 유통업체들의 파국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세이 유한주부장은 "인구 1백30만명 대전시민의 구매력을 훨씬 웃돌
정도로 백화점과 할인점이 생겨나고 있다"며 "5개 정도만이 살아남을 것"
으로 분석했다.

<이계주 손성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