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를 일기로 별세한 김인득 벽산그룹 명예회장은 60~70년 농어촌 근대화
사업의 주역으로 건자재산업을 국내에 자리잡게 한 장본인이다.

특히 "기업가는 국가재산을 관리하는 청지기"라는 일념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기업가상을 지켜왔다.

1915년 경남 함안군 칠서면 무릉리에서 태어난 그는 명문 마산상업학교
(마산상고의 전신)를 졸업한뒤 마산금융조합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후 "남과 같이해서는 남이상될 수 없다"라는 생활철학아래 9년 남짓
근무기간 동안 무려 8천9백원의 거금을 모았다.

이 돈을 시드머니(종자돈) 삼아 피란시절이던 51년 부산에서 벽산그룹의
모태인 동양흥산(지금의 동양물산)을 설립,외국영화를 수입.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단성사 피카디리 중앙극장 등 굵직한 극장을 잇달아 인수, 전국에
1백여개에 달하는 체인망을 구축하면서 "극장왕"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62년 한국스레트공업을 인수하면서 김명예회장의 포커스는
제조업으로 옮겨진다.

60~7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농어촌개량작업이 붐을 이루면서 슬레이트사업이
번창일로를 걷는다.

이후 중동붐을 맞아 건설사업을 본격화하는 한편 에너지 금융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오늘의 벽산그룹을 일구어 냈다.

김명예회장은 그룹창립 40주년겸 희수(77세)를 맞은 지난 91년 장남
희철씨에게 회장직을 물려주고 경영2선으로 물러났었다.

경총.무역협회부회장 한.일협회회장 등 경제계에 기여한 공모로 올 3월엔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 김철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