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대한 은행의 여신한도가 크게 제한을 받음에따라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8월부터 은행의 동일계열기업군 여신한도제가 시행됨에 따라 적용
대상인 현대 삼성 LG 대우 등 12개 그룹의 자금조달 패턴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들 그룹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조달원을 바꿔야 하지만 차입구조의
건전성도 고려해야해 다각도로 대책마련에 고심중이다.


<> 국내자금조달

기업들은 우선 대출한도가 넘어선 은행의 초과대출액을 해당은행의 신탁계정
으로 대거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신탁 대출도 이번 계열별(그룹별) 여신한도 적용대상에 포함되지만 은행
신탁이 어음을 매입, 사실상 대출해주는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서도 기존고객 확보를 위해 이미 담보를 잡아 두고 있는 기업의
초과여신분을 신탁계정으로 이동시키는데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은행신탁은 이미 기업이 발행한 어음을 종금사를 통해 매입하는 형식을 통해
사실상 대출을 해주고 있다.

종금사가 할인한 기업어음(CP)를 사들이거나 종금사를 통해 중개어음을
매입하는 것이다.

특히 11일 재경원이 발표한 종금사 행정규제 완화로 종금사를 단순히 거쳐
은행신탁계정 등에 팔리는 CP는 종금사 계열기업군 여신한도(자기자본의
1.5배)에서 빠지기 때문에 은행신탁이 마음만 먹는다면 CP매입을 통한 실질
대출은 상당부분 가능해졌다.

특히 은행신탁이 개발신탁 수익증권을 기업에 파는 조건으로 매입하는 옵션
CP의 경우 평균 2년간 안정적으로 매입해주는게 관례였기 때문에 CP를 통한
장기대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옵션 CP의 경우 규모가 27조~28조원에 이른다.

여기에 이달중 증권사들도 CP를 취급할수 있게 돼 기업들의 CP 할인을 통한
자금 구하기는 예전보다 손쉬워 질 전망이다.

증권사의 경우 종금사와는 달리 대기업들이 대부분 진출해 있어 돈 구하기가
여의치 않을 경우 상대 계열기업군의 CP를 주고 받기식으로 할인해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종금의 이진경 이사는 "종금사의 계열기업군 여신한도 대상에는 주력
기업과 주식분산 우량기업체는 제외된다"며 "상대적으로 종금사로부터 대출
받는 돈이 크게 늘어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초우량기업에만 일부 이뤄져온 종금사의 중장기 대출(1년~3년)
도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 해외자금조달

대기업들은 당장 해외자금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값싼 자금을 빌릴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신규제를 피할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대 그룹의 경우 웬만한 국내금융기관보다 해외신인도가 높아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운영자금을 빌릴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각종 채권 발행을 통해 해외자금조달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며 "기업경영의 세계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현재 유러시장에서 3억달러 CB(전환사채) 발행을 추진
하고 있다.

또 현대전자는 4억달러의 본드(고정금리부 채권)를, 유공과 동양시멘트는
각각 1억달러및 1억2천6백만달러의 FRN(변동금리부 채권)을 해외에서 발행할
계획이다.

현대건설 현대정공 LG전자 한국합섬 등도 해외CB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 지급보증 이동

동일계열기업군 여신한도 45%선을 넘은 상당수의 그룹들은 지급보증을 다른
금융기관으로 분산할 경우 쉽게 기준선 이하로 내려올수 있다.

충청은행에서 2천1백88억원을 빌린 한화그룹의 경우 전체 여신의 대부분이
지급보증을 옮길수 있다.

보람은행의 삼성그룹 여신과 강원은행의 현대그룹 여신도 비슷한 경우다.

< 오광진.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