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그룹 경영과 관련, 전문경영인에 의한 업종전문화가 이상적이라는 논
리는 현실적인 설득력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재우연구위원은 10일 "대기업 집단의 사업구조 및 경영체
제"라는 보고서에서 기업의 경영체제나 다각화 계열구조 등은 그나라 고유의
경제여건과 시장성숙도에 따라 제도적 요인에 의해 내생적으로 결정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국내 대기업집단은 기형적인 기업조직이 아니라 주어진 경제여
건하에서 최적적으로 진화해온 효율적 적응조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
했다.

이 연구위원은 전문경영인이 경영하기에는 한국의 기업집단 내부에서 기업
지배권의 실체가 변화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부 그룹에서 전문경영
인 체제를 도입한 것은 지배권의 역학구도 변화 때문이 아니라 오너 스스로
가 경영권을 위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기조실 해체,내부거래 축소 등 인위적인 기업집단 구조개
편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이는 계열기업 조직 특유의 연계 및 시너지 효과등
긍정적 효과까지 부정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세계화의 진행과 경쟁압력의 증대, 국내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경영체제와 사업구조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형태로 변모
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권영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