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캐릭터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면서 국내에서 자체 개발된 캐릭터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캐릭터 개발도 일단 만들고 보자는 주먹구구식에서 음반 도서 게임업체 등과
기획단계부터 손발을 맞춰 상품성을 극대화시키는 "네트워크" 방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아직 미국 일본 등지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국내시장을 꽉 잡고 있지만 최근
들어 유럽 애니메이션영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도 인기를 얻고 있다.

만화주인공 등 가상의 캐릭터 외에 인기연예인 스포츠스타 등 현실의 인물을
재창조한 캐릭터도 늘어나고 있다.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내 캐릭터산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캐릭터 또는 캐릭터상품이란 만화 애니메이션영화 TV 등을 통해 잘 알려진
주인공의 이미지를 하나의 상품으로 개발한 것.

정의의 수호자인 깜찍한 모습의 미키마우스를 제품에 이용할수 있는 권리가
하나의 상품이 된 것이다.

이를 활용한 제품도 인형 장난감 가방 문구 침구 등에서 책 음반 게임소프트
웨어 광고 의약품 은행통장까지 이루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많다.

요즘 어린이들은 이런 캐릭터들과 하루를 함께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마디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시장이다.

단적인 예가 지난 94년 선보인 만화영화 "라이언 킹".

영화뿐 아니라 음반 비디오 캐릭터상품 광고수입 등으로 모두 10억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였다.

"심바"라는 아기사자 캐릭터 하나로 말이다.

물론 이는 연간 50조원 규모의 미국 시장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국내 캐릭터시장은 5천억원 규모로 아직은 협소한 편.

하지만 최근들어 영상산업 멀티미디어산업이 미래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이와 연관성이 높은 캐릭터산업으로 대기업들이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개발된 캐릭터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라이선스
사업에 거의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해외시장까지 겨냥한 만화영화를 제작하고 캐릭터를 개발
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동양그룹의 만화전문 케이블TV "투니버스".

오는 11월 TV에 방영될 만화영화 "영혼기병 라젠카"의 제작에 막바지 힘을
쏟고 있다.

투니버스는 이미 기획단계에서 완구 게임소프트웨어 출판 음반업체 등과
긴밀하게 협력해왔다.

이들 제품에서도 히트를 칠수 있도록 라젠카의 캐릭터를 창조해야 했기
때문이다.

투니버스의 이동욱 차장은 "캐릭터산업은 대표적인 "원 소스-멀티유스
(One Source-Multi Use)"산업"이라며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한 기획력
소프트웨어 개발력이 갖춰져야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특히 라젠카의 음악은 가수 신해철씨가 오는 10월 자신의 정규앨범으로
발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동원그룹 계열사인 "S-MEDICOM"은 캐스퍼 쥬라기공원 등의 캐릭터 라이선스
를 판매해온 업체.

이 회사는 해상왕 장보고의 활약상을 담은 3편짜리 만화영화 "장보고스페셜"
을 먼저 선보이고 내년 4월께 장보고 후손들의 얘기를 공상과학만화로 만든
26편짜리 "크로노 퀘스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캐릭터사업의 중심은 현대에 다시 태어난 장보고다.

금강기획도 오는 12월 TV로 방영할 예정인 공상과학만화 "녹색전차 해머스"
를 내놓고 캐릭터사업에 박차를 가한다.

문구업체 모닝글로리도 "전사 라이안"이란 SF 만화영화를 제작, 오는 20일
개봉할 예정이다.

주인공 "라이안"과 이미 캐릭터로 만들어졌던 강아지 "론리", 새 "까미"
등이 출연한다.

이 회사는 그동안 블루베어 핑키팽코 등의 캐릭터를 자사제품에 활용해왔다.

이들 캐릭터는 모두 공상과학물의 등장인물이지만 우리 정서에 맞는
전통적인 캐릭터도 적지 않다.

문구업체 바른손의 "떠버기" "금다래 신머루" "개골구리", (주)둘리나라의
"둘리" "희동이" "또치" 등이 그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캐릭터상품이 문화적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기 때문에
우리 정서에 맞는 전통캐릭터의 개발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국내 캐릭터시장에 유럽풍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캐릭터의 동작 하나 하나를 진흙으로 만든 인형으로 제작한 영국의
"월레스와 그로밋", 고대 갈리아인들의 얘기인 프랑스의 "아스테릭스" 등이
그것.

이들 유럽 애니메이션영화와 그 캐릭터는 미국 일본에 비해 훨씬 작품성이
뛰어나고 색상도 차분해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개그맨 이홍렬의 캐릭터 "뺑코", 메이저리거 박찬호의 백넘버와 캐리커처가
그려진 티셔츠 점퍼 등은 인기스타 캐릭터의 대표적인 예다.

이런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다양한 수입원을 찾고자 하는 인기스타와
역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발굴하려는 업체의 욕구가 맞아떨어지기 때문.

캐릭터산업은 이렇듯 계속 영역을 넓혀가는 21세기 성장산업이다.

그래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애니메이션 기술개발에 노력한다면 한국적
애니메이션영화와 캐릭터의 앞날도 밝아질수 있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 장규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