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은 제품성능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누가 더 새롭고 강한 제품이미지를 심어주느냐에 따라
마케팅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얘기다.

맨 처음 제품의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은 광고.

따라서 인식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과고가 남달라야 한다.

다시 말해 광고의 컨셉트를 차별화해야만 마케팅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것.

제일기획의 성장현 마케팅팀장은 "모델선택 화면구성 광고카피 등도 중요
하지만 그보다는 소비자를 움직일 만한 컨셉트를 설정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컨셉트를 바꿔 광고도 눈길을 끌고 상품도 히트시킨 성공사례를 유형별로
정리해 소개한다.

<> 변화의 포인트를 내세워라 =대우자동차의 중형승용차 레간자 광고를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있다.

과거 대우자동차의 최대 약점은 시끄럽다는 것이었다.

대우는 이점이 해결됐음을 강조하기위해 레간자 광고의 테마를 "소리없는
차"로 정했다.

가장 시끄럽던 차가 가장 조용한 차가 됐을 정도로 대우차가 좋아졌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의 뇌리에 심어주는 전략을 편 것.

"편안한 차" 또는 "안락한 차"라는 주제로 엔진성능이나 안전성에 포인트
를 둔 기존의 중형차 광고와는 컨셉트부터 달랐다.

테마를 소리로 바꿔 자동차 광고의 새장을 연 이 광고는 레간자 돌풍을
일으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 기본을 중시해라 =하이트맥주 광고가 여기에 속한다.

맥주광고의 주된 컨셉트는 시원함이었다.

맥주광고들은 맥주의 최대원료가 물인데 불구하고 물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하이트광고는 이 물을 부각시켜 대성공을 거두고 있다.

마침 하이트맥주가 나온 시기가 오염된 식수로 세상이 들끓던 때이기도
해 "깨끗한 물"을 메인컨셉트로 끄집어낸 이 광고는 경쟁맥주를 누르고
하이트가 1위맥주로 부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 소비자 니드를 자극해라 =삼성전자 문단속냉장고와 LG전자의
아하프리광고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기존 냉장고광고의 컨셉트는 강력하고 성능이 좋은 냉장고였다.

하지만 삼성은 문단속이라는 색다른 테마를 들고 나왔다.

냉동실이나 냉장실의 기능에서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보고 주부들의 심리에
내재된 문단속에 대한 욕구와 냉장고문을 여닫는데 따르는 냉기누출 방지를
메인컨셉트로 끌어낸 것.

삼성은 지난 96년 문단속이라는 컨셉트의 광고를 내보낸 이후 냉장고
시장점유율에서 경쟁업체를 추월했다.

LG전자의 아하프리 광고는 음질이나 크기 패션성 등을 강조한 기존의
미니카세트 광고와 달리 충전을 중심개념으로 한다.

미니카세트는 들고 다니며 듣는 것인 만큼 한번 충전에 어떤 제품이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판단한 것.

"한번 충전으로 85시간 사용"이라는 컨셉트는 다른 미니카세트광고와
차별성을 높이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감성에 호소하거나 상식을 뒤엎어라 =대현의 마르조와 에이스침대,
OB라거광고 등을 꼽을 수있다.

마르조광고는 눈과 개성으로 말하는 패션에 청각적인 광고를 펼쳐 보임
으로써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기존 패션광고들은 "나만의 패션,느낌이 있는 옷"등을 외치고 있는 반면
"소리가 있는 패션"이라는 카피로 패션광고의 틀을 바꿨다.

에이스침대 광고는 "외국유명업체와 기술제휴를 했다" "매트리스품질이
뛰어나다"는 점을 내세우던 다른 메이커와 달리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카피로 당대 최고히트 광고의 하나가 됐다.

광고컨셉트를 품질중심에서 침대의 이미지로 전환, 이 광고가 한창 나가던
지난 93년 80%이상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하면서 침대시장의 1위브랜드
자리를 확실히 굳히는 계기가 됐다.

OB라거맥주 광고는 품질과 맛 제조공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일반 맥주
광고들과는 달리 광고의 컨셉트를 "즐거운 춤"에 두고 있다.

술을 마시고 즐거워지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간파해 즐거움의
상징인 "랄라라춤"을 개발, 사회적으로 유행시키면서 라거맥주의 인기를
높이고 있다.

<> 국민정서에 호소해라 =외국제품과 경쟁하는 국산품들이 주로 소구하는
광고컨셉트로 삼성전자의 애니콜과 국제상사의 프로스펙스 광고가 눈에 띈다.

애니콜광고의 주제는 "한국지형에 강하다"는 것.

더이상 추가설명이 필요없는 컨셉트이다.

은근슬쩍 국민정서를 자극함과 동시에 산악지형이 많은 한국의 지리적
특성이 제품에 반영돼 있음을 강조하는 테마다.

이 광고는 삼성전자가 휴대폰 시장에서 모토로라를 2위로 끌어내리고
1위로 올라서는데 크게 기여했다.

프로스펙스광고는 착용감이 우수하고 편안한 스포츠화라는 기능중심광고
에서 탈피, 이순신장군동상과 정신대여성을 모델로 내세우고 "정복당할
것인가, 정복할 것인가"라는 강렬한 카피를 내세웠다.

우리것에 대한 소중함과 민족자긍심을 컨셉트로 끌어냄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들은 "새로운 광고컨셉트는 소비자들에게 제품에 대한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줌으로써 제품을 잘 팔리게 만든다"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광고컨셉트의 변화추구 노력은 더 강해지고 그에따라 컨셉트는
더 많이 바뀌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