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의 경제성장을 이끄는 것은 무역이다.

그러나 항만에 대한 뒤처진 투자가 항상 걸림돌로 남는다.

아세안 각국이 항만인프라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곳은 한결같이 아시아의 허브항인 싱가포르.

허브항은 지리적으로,기능적으로 중핵의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필리핀 최대항구인 마닐라항은 지난해 84만8천TEU(1TEU는 20피트
표준컨테이너 1개)의 물동량을 보였다.

1년전에 비해 19.7% 늘었으며 올해도 역시 20%대의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운영회사인 국제컨테이너터미널서비스는 92년 상장, 설비투자를 크게 늘려
왔다.

특히 95년말 5만t급 대형선이 접안할 수있는 제5부두를 만들어 물동량처리
능력을 대폭 강화했다.

내년에는 같은 규모의 제6부두가 생겨난다.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에 나서 수심이 낮은 곳을 14.5m나 파들어가고 있다.

회사는 4만t급 배로 6백TEU의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경우 1TEU당 싱가포르
는 23.1달러, 카오숭(대만)은 20.4달러인데 비해 마닐라는 11.7달러면
충분하다고 한다.

아세안의 "현관"에 해당, 역내 어느지역도 1주일이내에 도착할 수있다.

말레이시아의 클란항도 확장일로를 걷고 있다.

2000년까지 컨테이너 취급능력이 3백만TEU에 달할 전망이다.

세계 2위의 컨테이너취급량을 자랑하는 싱가포르가 인근에 있다는 점이
힘겨운 경쟁을 하도록 하지만 말레이시아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는 2005년까지 부두수를 51개로 늘리면서 육로를 통해 싱가포르로
가는 화물트럭에 대해서는 부과금을 2배로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클란항을 통해서 화물수송이 이뤄지면 해상보험수입등도 기대할 수 있다.

관광지로 유명한 태국의 파타야에서 그리 멀리 않은 렘차반항에서도
확장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인도차이나반도의 보기드문 근대항구로 이 지역의 물류를 도맡겠다는
의욕에 차있다.

< 박재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