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열리는 한보철강 입찰에 현대그룹이나 포철 등 유력 후보회사들이
모두 불참키로 함에 따라 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는 예상대로 난항을
거듭하게 됐다.

7일 오후 마감된 한보철강 입찰등록 결과,현대그룹을 포함한 5대그룹이나
포철 등 인수여력이 있는 철강회사들은 대부분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8일 오후 3시에 열리는 한보철강의 1차 매각입찰은 이변이
없는 한 유찰될 것이 확실시 된다.

"혹시나"가 "역시나"로 확인된 셈이다.

사실 한보철강 1차 입찰의 유찰은 일찌감치부터 감지됐었다.

지난 1일 채권은행단의 입찰설명회때 대부분의 인수가능 업체들이
인수조건 등에 대해 불만스런 반응을 보였었다.

입찰조건 자체가 현실성이 없는 데다 각종 금융조건들도 기대수준에 크게
못미친다는 게 중론이었다.

특히 한보철강의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현대그룹의 경우
"1조6천억원이나 자산이 부족한 회사를 인수하느니 차라리 포철을 인수하는
게 낫겠다"는 식이었다.

포철이나 동국제강 동부제강등 대부분의 철강회사들도 "한보철강 인수
불가" 입장을 오래 전부터 고수해왔다.

따라서 업계는 이번 유찰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 나아가 공개입찰로는 난항을 계속하다가 막판에 수의계약으로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채권은행단은 1차 유찰에도 불구하고 2차 입찰때
인수조건을 바꾸지 않을 방침이다.

입찰성사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업계가 수의계약 가능성에 촉각을 곧두 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공개 입찰이 모두 유찰되면 채권은행단도 인수조건을 완화해 수의계약을
추진할 수 밖에 없고 그럴 경우 한보철강 인수에 관심을 갖게 될 기업이
나오지 않게느냐는 것.

이때 유력한 인수후보로는 역시 현대그룹이 거명되고 있다.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현대그룹에 정부나 채권은행단이 고로
허용이란 "미끼"를 던져 유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그룹은 "한보와 고로는 별개"라며 "한보인수를 전제로 하지 않는
고로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정부가 어떻게든 올해안에 한보철강 문제를
매듭지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현대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는
현대 자신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한보철강의 향배는 정부와 현대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 한보 전.현직 임원 20명 ''직장 정상화'' 구사활동 ]]

한보그룹의 전현직 임원들이 ''직장 정상화를 위한 한보인 모임''을 결성하고
한보철강의 ''제값 받기''를 주장하고 나서 주목된다.

한보그룹의 신상익 전 그룹비서실장과 지규억 한보에너지 사장 등 한보
계열사 전현직 사장 8명을 포함한 임원 20여명은 지난 5일 서울 대치동
미도상가 2층에서 이 모임 발기식을 가졌다.

이들은 상가내에 사무실도 마련해 앞으로 본격적인 구사활동을 전개할
계획.

<차병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