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브라질 정부에 제출했던 사업계획서에 회사명을 통일하지
않고 KMT Corp와 KMT Inc를 혼용한 것이 빌미가 돼 브라질 이동전화시장
진출에 실패,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미국 통신업체들이 CDMA기술을 상용화한 국내 통신업체들에 대한 견제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으나 국내업체는 물론 정부마저 여기에 맞설만한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브라질 10개 지역의 이동통신사업자 선정작업은
AT&T등 세계 15개업체가 남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만이 삼성전자 및 브라질의 재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특히 SK텔레콤은 1백60여만명의 CDMA방식 디지털이동전화 가입자를 포함,
3백60여만명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사업권 획득의 가능성이 높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외국업체의 견제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고 SK텔레콤은
혼신을 다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그러나 문제는 SK텔레콤이 사소한 실수를 저질러 일을 그르쳤다는데
있지 않다.

AT&T가 SK텔레콤의 이번 실수를 잡아냈고 브라질정부가 AT&T의 지적을
흔쾌히 받아들인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AT&T 등은 국내업체들이 CDMA방식 이동전화서비스를 제공하고 쌓은
노하우를 부러워하면서도 차세대이동통신(IMT-2000)분야에서도 한국이
앞서나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이것이 국내업체들의 조그만 실수도 지적, 침소봉대하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을 잘 알면서도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좁은 국내 이동전화시장을 놓고 이동전화 2사와 PCS(개인휴대통신)
3사가 사활을 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시장은 먼 산의 불일
뿐이다.

차세대이동통신 기술개발도 경쟁에서 살아남은 뒤에나 생각해야할 문제일
뿐이다.

정부는 5개사가 출혈경쟁을 불사하도록 만든데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지금이라도 국내업체들이 내실을 다져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밀어주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 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을 뒷받침할 체계적인 지원책도 절실하다.

오는 2000년께면 차세대이동통신의 주도권이 판가름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시가 급한 때이다.

< 김도경 과학정보통신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