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 발행장벽이 걷힘에 따라 금융채 시장도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됐다.

그러나 당장에는 큰 변화가 몰아닥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금융채의 방행규모와 만기가 제한된 탓에 완전경쟁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서다.

다만 산업 기업 장기신용 주택 등 기존 금융채 발행은행들은 금융채시장에서
의 배타적 권리를 잃게 됐고 그에 따라 자금조달도 영향을 전망이다.

<> 기존 발행은행

=발행 자체는 허용됐지만 수준이 아직은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다.

시중은행 금융채에 대해 3년이내 중도환매가 금지돼 아직은 자신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은행의 중금채 업무를 담당하는 장혜창 차장은 "단고장저로 채권 수요는
단기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3년짜리 채권은 메리트가 적다"며 "시중은행들
이 창구판매를 한다고 해도 많이 팔릴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장기신용은행 이선호 부장은 "다소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높은 금리로
운용해온 시중은행들로서는 연 12%대의 고금리인 금융채를 통해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은 기존 발행은행들이 노하우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을 공동점유해야 한다는 사실은 시장을 잠식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산업은행 수신개발수 김계동차장은 "금융채 시장규모가 대략 20조원이라고
할 때 시중은행들이 자기자본의 25%를 발행한다면 5조원의 추가 공급이 발생
하는 셈 이라며 타격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 기존 발행은행들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 등을 적극
알리는 판매전략을 구사한다는 계획이다.

<> 새로 참여하는 은행

=선발은행과 후발은행의 움직임이 다소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고객들을 대상으로 창구 판매할 경우 발생하는 자금조달 코스트탓이다.

기업금융 실적이 어느정도 있는 선발은행들의 경우 금융채를 새로운 꺾기의
수단으로 활용할 공산이 높다는 게 금융가 시각이다.

후발은행들의 경우엔 고금리의 CD 표지어음 등 단기수신을 장기의 금융채로
전환해 수신구조를 개선하려는 유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또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원화후순위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점포망을 이용, 제2금융권 예수금을 흡수하기 위해 창구를 이용한
소매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한적으로 허용됐기 때문에 당장 금융채 시장에 어떻게
접근하겠다는 전략은 세워놓지 않고 있다"며 "완전 자유화때를 대비한 준비
작업 정도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 채권시장 영향

=기존 채권들에겐 당장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중도환매가 금지돼 경합상대로 볼수 있는 3년만기 회사채에 비해 유동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갖기 때문이다.

다만 물량자체가 늘어나고 은행들이 물량소화 노력을 벌일 경우 금리에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는 경기저점에 6개월 후행하는 성격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 시점을 경기저점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따라서 4.4분기에 금리가 10%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하지만 금융채라는 물량요인이 발생함으로써 금리 10% 진입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박기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