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선경그룹회장이 미국에서 폐암수술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김용대 동방그룹회장은 비서실에 긴급히 관련자료를 모을 것을 지시했다.

평소 헬스클럽에서 땀흘리며 운동하는 것을 즐기던 김회장으로선 건강에는
남다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도 환갑을 넘긴터라 최회장의 일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최회장의 수술은 재계에 파문을 던졌다.

그것이 순조로운 회복의 비결이기도 하겠지만 그가 평소단전호흡의
전도사로 알려질 정도로 건강관리에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그룹총수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건강해야 사업의욕도 생긴다.

특히 그룹경영의 상당부분을 회장의 리더십에 의존하는 한국에선 총수가
무너진다면 그룹은 선장을 잃은 배처럼 난파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총수들의 건강관리원칙은 의외로 평범하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사물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등 마음을 편안하게
갖는다는 것이다.

일할 때는 무섭게 몰두하지만 여유가 생기면 음악을 듣거나 그림을 그리며
심신을 달래는 것도 특징이다.

정몽구 현대그룹회장은 워나 건강체질이지만 주말이면 반드시 등산이나
테니스를 하며 한주일의 피로를 잊는다.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은 ''반신욕''을 트레이드마크처럼 삼고 있다.

욕조에 물을 채운뒤 몸을 반쯤만 담그고 있으면 온몸의 혈액순환이 잘돼
건강해진다는 목욕법이다.

이회장은 가끔 서너시간씩 말을 타거나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던져버리기도 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물에 발만을 담그는 ''족욕''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랜다고 한다.

건강체질이지만 주1회 정도는 반드시 운동으로 땀을 흘린다.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중학교때부터 마라톤을 했을 정도로 남달리
운동에 관심을 가져왔다.

고희를 넘긴 지금도 등산 골프 낚시 등을 즐기며 바둑과 그림으로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김석준 쌍용그룹회장은 등산광이다.

주말이면 산에서 살다시피하며 사우디 아람코사의 사장이 오면 같이
북한산을 등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별명도 ''파워워킹(Power Walking)''이다.

조석래 효성그룹회장은 특별한 운동보다는 하루세끼를 반드시 제시간에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주장이다.

컨디션이 안좋을 때도 운동으로 몸을 피곤하게 한뒤 숙면을 취한다.

박정구 금호그룹회장은 스태퍼를, 나승렬 거평그룹회장은 러닝머신을
회장실에 마련해놓고 하루 30분 정도씩 걷고 달린다.

최원석 동아그룹회장은 출퇴근시 엘리베이터를 타지않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건강관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중훈 한진그룹회장은 새벽 5시면 기상해 부인과 가볍게 산책하거나
실내운동을 한다.

반면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이나 신격호 롯데그룹회장 등은 일을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이영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