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예산전쟁''의 막이 올랐다.

재정경제원 예산실 복도에는 벌써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흐른다.

25일 열린 예산당정협의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찮았다.

지난 82년이래 최악의 예산전쟁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선거철까지 겹친터에 세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재경원 주변에는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경상성장률에 맞먹는 예산을 편성
하라는 압력이 형성되고 있다.

''부문별 동결''이니 ''초긴축''이라는 얘기는 강경식 부총리를 비롯한 재경원
고위층들이 요즘 부쩍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다.

재경원은 내년도 세수감소를 예상하면 지난 3월 정부가 발표한 9% 증액안은
이미 물건너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3월만 해도 정부는 98 재정규모를 올해 71조4천억원보다 9% 늘어난
78조원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세수진도가 현상태로 지속된다면 3조5천억원이상(예산의 4%선)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결국 예산실은 내년도 재정증가율을 당초 계획보다 2%포인트 줄어든 7%에서
"무조건 두들겨 맞춘다"(예산실 관계자)는 내부 입장을 정리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 ''7%''를 맞추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동결에 가까운 지출과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세수를 끌어올리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동결'' 항목으로 지목되어 있는 대표적인 부문은 농정예산과 교육부문지출
이다.

농림부는 내년도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으로 올해보다 30% 증액된 10조6천억원
을 요구해 놓고 있고 교육부는 20% 늘어난 21조9천억원을 신청해 두고 있다.

예산실 관계자는 이 두 부문에서 2조원씩의 삭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부문은 특히 정치와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때문에 갈등과 마찰은 정부부처간 뿐만 아니라 당정간에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당정회의에서도 당쪽에서 99개 우선과제를 내놓는 등 벌써부터 압력이
적지 않다.

공무원 임금도 동결후보 1그룹에 들어 있다.

공무원 인건비 1%는 9백억원으로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세수쪽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법인세 소득세 등은 모두 감소세다.

경기민감 항목들이 내년에도 감소라면 교통세 등을 또 올릴수밖에 없다는게
재경원의 생각이다.

그러고도 모자라면 공공자금 관리기금에서 빌려 쓴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국채는 기금차입이든 실세금리에 버금가는 비용이 든다.

정부로서 더욱 곤혹스런 것은 당장 올 추경예산을 감축편성해야 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잉여금 등을 모두 털어 넣어도 추경에서 1조원이상 감축해야 한다면
해당부문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7월 하순이면 여당의 대권후보가 정해진다.

이 후보는 정부의 예산을 다시 스크린 할 것이다.

재경원은 그래서 예산편성 마감시기를 아예 8월말로 늦춰 잡고 있다.

''7%''를 둘러싼 투쟁은 정부나 국민 모두에게 가혹한 허리띠 졸라매기를
요구할 것 같다는 얘기다.

< 정규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