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담보예금일지라도 기업이 어음결제를 위해 인출을 요구할 경우 은행은
거절해서는 안된다는 은행감독원의 결정이 나왔다.

이는 어음결제시 담보예금의 대출금 상계를 처음 인정한 결정으로 향후
기업금융관행의 변화와 관련, 주목되고 있다.

은행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해말 C사의 대표이사 성모씨가
한일은행을 상대로 낸 어음 부도처리 취소 신청건을 심사한 결과 대출담보
예금의 인출을 거부한 한일은행의 처사는 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C사는 지난해 10월30일 한일은행 논현동지점에서 지급 제시된 약속어음
5백만원을 결제하기 위해 담보대출예금 3백40만원과 신탁계좌 2백60만원을
헐어줄 것을 은행측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1차부도를 냈다.

이 회사는 이어 12월말께 한차례의 1차부도를 포함, 모두 네차례의 1차부도
를 내면서 당좌거래가 정지됐다.

C사는 이에 따라 지난해말 한일은행을 상대로 10월 1차부도건의 취소를
요구하는 신청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냈다.

한일은행측은 당시 성모씨의 여신대비 담보가액이 3천만원 가량 부족한데다
채권보전상 신청인의 요구에 응할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그러나 당시 성모씨가 연체사실이 없었는데다 보증인
의 보증책임을 제외한 실제 담보부족액이 4백만원에 불과하므로 은행의 부도
처리는 정당하지 않다는 결정을 내렸다.

위윈회는 또 한일은행이 그 뒤에는 추가 담보없이 성모씨의 명의신탁을
해지해줬을 뿐만아니라 11월말에는 2천만원의 어음대출을 추가로 해준 사실에
비춰볼때 행위의 일관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은행감독원은 이어 부도 발생은 기업의 생사가 걸린 중대한 사항인 만큼
금융기관은 손실이 확대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기업의 부도 발생방지에 최대한
협력하는 것이 신의원칙에 부합된다는 의견을 한일은행측에 전달했다.

성모씨는 은감원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한일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