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브랜드의 선구자"

PVC 등을 이용해 수도관 등을 만드는 진안의 원상희 (51) 사장을
업계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파이프만 제조하던 원사장이 이음관을 만들어 팔던 다른 업체와 통합,
공동상표를 사용함으로써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때는 지난 93년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PVC 업체들은 이음관이나 파이프만을 만들어 대리점을 통해 팔거나
대기업에 납품했다.

파이프를 만들던 협동 (진안의 통합전 이름)과 이음관을 만들던 당시
진안화학도 모두 LG의 하청업체였다.

파이프와 이음관 모두를 파는 곳이 대기업뿐이었다.

그러던 차에 업게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다.

완성품업체이던 LG 한화 등이 이 업종에서 손을 뗀 것이다.

그당시 협동의 원사장은 80년 창업이래 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진안화학을 찾아갔다.

거리서 그는 대기업들이 해오던 역할공백을 메울 새로운 개념의 통합형
회사를 제안했다.

마침내 양측은 회사명은 진안화학에서, 공동상표 "유니온"은 협동 것을
따서 쓰고 생산은 이원화하되 판매는 공동 운영하는데 합의했다.

서울 대전권은 협동이, 경남 양산에 소재한 진안화학은 부산 대구권의
판매를 맡는 등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대표이사는 각자 두기로 했다.

"회사이름을 결정하는데는 양측에 큰 의견이 없었지만 상표의 경우
서비자들에게 너무 민감한 사안인데다 회사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라
진통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가 힘을 합해야 판매에 유리하고 난국을 헤쳐 나갈수
있다는데 공감하고 서로 한발씩 양보, 합의에 도달했습니다"

원사장은 그길로 실행에 옮겼다.

무엇보다 파이프와 파이프에 연결해 쓸 이음관의 규격을 통일,
건설관련업체 등 실수요자들에게 사용이 편리하도록 했다.

93년 9월의 일이었다.

파이프와 이음관을 일괄 수주할수 있는 종합 PVC 메이커가 탄생한
것이었다.

이후 부실징후를 보이던 회사에 회생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92년 33억원이던 매출이 93년 42억원으로 증가하더니 94년엔 59억원으로
늘어나고 지난해에는 96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94년 개발한 투명이음관도 아이디어 제공과 개발을 양측이 각각
나누어 했다고 한다.

원사장은 브랜드 인지도가 해가 갈수록 제고돼 올 매출액은 불황속에서도
작년보다 30% 정도는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주택공사의 아파트건설용 수요가 많았으나 요즘엔
민영아파트건설업체로부터 주문이 밀려들고 있는데다 강화플라스틱 (FRP)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진안은 지난 93년 프랑스 코플렉스에서 FRP 기계를 들여온후 금형과
부대장치 등을 개발하고 시험가동을 거쳐 지난해부터 FRP 제품의 본격
판매에 들어갔다.

진안은 올말까지는 영국 로이드의 ISO와 로이드선급협회의 인증을
받는다는 계획이다.

인증이 성사될 경우 조선업체들이 대부분 수입품을 쓰고 있는 조선자재
배관라인용 FRP 파이프를 공급하게 됨으로써 막대한 매출증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이창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