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발표한 21개의 국가개혁과제(National Agenda)는 강부총리를
중심으로한, 우리시대에 가장 시장경제원칙에 철저하고 개방지향적인
엘리트 경제관료집단이 설정한 "21세기준비"를 위한 과제다.

"열린 시장경제로 가기위한 국가과제"라는 보고서 제목에서도 알수 있듯이
자유시장경제와 개방화라는 두가지 근본원칙이 21세기 도약을 위한 지렛대로
제시돼 있다.

재경원은 이 과제가 3년반 앞으로 다가온 21세기에 맞는 경제.사회구조를
형성하기 위해 "당장 실행에 옮겨야 하거나 늦어도 2-3년내에 반드시 틀을
새롭게 마련해야할 과제"라고 정의했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등 선진국들마저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국경의 의미가 없어지고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는" 21세기의 조류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준비라는 것이다.

우선 국가를 비롯한 공공부문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공공부문과제
가 6개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1개과제중 첫번째가 정부기능을 수요자중심으로 개편하고 민간경영방식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재경원의 기능분리와 통산부의 기능조정, 내무부 농림수산부 총무처
공보처 등 과거에 비해 역할이 축소된 부처의 축소도 논의대상에 오를 전망
이다.

또 투자효율이 떨어진 농어촌 교육 SOC사업이 재검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정집행실적을 효과적으로 평가할수 있는 복식부기제도입, 세제의 단순화
등도 공공부문 검토대상도 올라 있다.

더디게 진행되는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벤처.중소기업을 발전
시키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며 농업구조도 개선하는 기존방향을
확인했다.

경제의 견인차인 기업활동을 자극하기 위해서는 투명화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한 3개 과제가 제시돼 있다.

또 물류 교통체계개선 등 경제.사회적 "인프라제도"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효율화하기 위한 5개 과제, 정보화와 기술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2개 과제
등도 포함됐다.

과제들을 훑어보면 과거 숫자로 제시되던 경제개발계획 작성이 중단된
이후 희미해진 비전과 방향감각을 국민과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 선명하게
각인하면서 동시에 정책을 풀어나갈 맥점을 제시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알만한 내용을 나열하면서 구체적인 접근수단을 제시하지 못해
거창한 구호의 느낌을 준다.

결국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던 이같은 정책을 누가
어떻게 주도해 이해당사자들을 설득해 가며 풀어나갈 것이냐 하는 또다른
과제를 남겨 준다.

정부는 연구기관 등으로 작업팀을 구성, 공청회를 거쳐 9월중에 토론결과를
책자로 발간할 계획이지만 정권말기의 식상한 캐치프레이즈가 과연 구속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김성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