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12월 양재신 대우자동차 사장은 취임후 첫 임원회의에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나와 임원들을 긴장시켰다.

회의내용을 수첩대신 노트북컴퓨터에 직접 입력하는 모습에서 정보화로
무장하지 않으면 "세계 경영"의 낙오자가 되는 시대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그가 취임한지 1년6개월이 지난 지금 적어도 4~5명의 임원은 양사장과
함께 노트북컴퓨터로 기록하고 보고서를 직접 작성할 정도가 됐다.

입사한지 15년째되는 지난 81년 기계기술사자격을 따낼 정도로 끈질긴
그가 이 정도로 만족할리가 없다.

"가끔 임원들에게 지시사항을 전자우편으로 띄워놓고 회답을 기다려
봅니다"

전자우편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다.

무심코 지나쳤다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직원들도 승진때 정보화교육과정을 통과하지 못하면 재수강의 불명예를
감수해야만 한다.

양사장이 정보화에 한걸음 앞서게 된것은 그의 타자실력덕분이다.

"고교시절 영문타자기로 타이프를 쳤던 것이 컴퓨터를 쉽게 다룰수 있는
밑거름이 됐어요"

그는 분당 3백타의 타이프 실력보유자.

요즘도 말하는 것을 한자도 놓치지 않고 입력하는 것을 목표로 퇴근전
30분 가량 타자연습을 할 정도다.

그런 만큼 양사장의 하루일과도 PC를 부팅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제일먼저 대우그룹 임원정보망인 TOPS부터 찾아가 행사일정, 타계열사와의
업무연락, 경조사 등을 챙긴다.

그 다음 대우자동차의 AS정보망에 들어가 전날 각 정비공장에서 보고된
제조과정의 품질하자내용을 체크한다.

마지막으로 생산온라인 시스템에 접속, 전일의 생산현황과 재고 판매
실적을 띄워보고 업무에 들어간다.

양사장은 정보화덕분에 회사의 경영내용과 문제점을 누구보다 짧은
시간내에 파악할 수있다.

특히 양사장이 AS정보망에 올라온 정보를 직접 챙기면서 대우차의 품질이
몰라보게 달라지는 성과를 거뒀다.

AS정보망에는 AS센터에 접수된 불량내용과 제작자의 이름이 올라오기
때문에 생산라인과 검사과정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AS정보망 가동초기에는 생산라인의 작업자와 정비소직원이
싸우는 일까지 벌어졌죠"

양사장은 "품질경영"의 현장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이같이 소개했다.

그는 명함과 일정관리,인터넷은 물론 50대에서는 보기드물게 컴퓨터
게임도 즐기는 마니아이다.

딥블루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컴퓨터와 카드게임에 빠질때면 그도
젊어진다.

CD비디오로 캡션영화를 보면서 영어듣기 공부도 하는 학구파이다.

그러기에 그의 사무실에는 데스크톱 PC 2대와 노트북컴퓨터 1대가 늘
돌아가고 있다.

< 김수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