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던 화장품이나 세제의 용기는 그대로 사용하고 내용물만 갈아주는
리필제품.

포장쓰레기를 줄이고 저렴한 가격에 이들 소모품을 쓸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나왔고 정부도 이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리필제품은 생각보다 값이 싸지 않고 품목도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달 시중에서 판매되는 15종의 리필제품을 조사한 결과
원제품과 리필제품의 판매가격은 전체적으로 리필제품이 20%가량 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애경산업 스파이크(3%), LG화학 한스푼(8%), 옥시의 옥시크린(6%),
쌍용제지 울트라 후레시아(0.4%) 등은 원제품과 리필제품의 가격차이가
거의 없거나 10%미만 수준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한펄프의 소프트 물티슈는 원제품이 매당 29원, 리필제품이 매당
32원으로 오히려 리필제품의 가격이 더 비쌌다.

피죤 마프러스 바디 클렌저도 리필제품이 더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백명의 소비자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56.7%가 리필제품이 값이 쌀
것이란 믿음에서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구매해보니 리필제품이 원제품보다 싸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16.4%에 불과하다는 응답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있다.

리필제품이 기대와는 달리 이처럼 원제품보다 별로 싸지 않은 이유는
리필이란 이름에 걸맞지 않게 리필제품의 포장비가 상당히 비싼데 원인이
있다.

세제류(표백제)의 경우 제품원가에서 포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9~18.0%
<>샴푸류는 3.3~23.0% <>물티슈는 6.0~12.2%로 나타났다.

특히 리필화장품은 제품원가의 35~43.6%가 포장비용으로 원제품과 별차이가
없었다.

예컨대 한국화장품 템테이션은 원제품의 포장비가 원가의 49.7%인데 반해
리필제품은 포장비가 원가의 41.9%였다.

값이 비쌀뿐만 아니라 리필제품의 품목도 색조화장품과 액체분말세제로만
한정돼 선택폭이 좁은 것도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설문조사결과 소비자들은 식품 중에서는 커피와 국산차의 리필이 가장 필요
하다고 말했다.

또 고추장 된장 마요네즈 유아용분유 오렌지주스 식용유 프림 등도 리필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은 생활용품 중에서 섬유유연제 공기정화기필터 칫솔을, 화장품에서
는 샴푸 린스 로션 스킨 영양크림을, 문구류에서는 크레파스 스카치테이프
볼펜 잉크젯프린터잉크 등의 리필제품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와 업계가 리필 개념을 "용기에 내용물을 다시 채워 사용한다"는 것으로
한정, 색조화장품이나 액체분말세제류만 리필제품으로 지정했지만 소비자는
리필의 개념을 더 넓게 보고 있는 셈이다.

크레파스같은 "소모품의 보충"이나 고무장갑 한짝 등 "한짝판매식"의 리필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밖에 현재 나와있는 리필제품에 대한 소비자만족도 역시 낮아 불만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장 불만이 많은 것은 용기에 다시채우고 나서 남는 용량을 보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주로 세탁세제 주방세제 섬유유연제 삼푸린스 등 용량이 큰 제품들이 그런
경우다.

따라서 백화점이나 대형할인매장 등에서 리필제품을 별도로 판매하거나
독일 헤르티백화점의 경우처럼 판매점 안에 충전소를 설치해 소비자가 용기를
가져가면 내용물을 채워주는 방법도 생각해볼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업계의 이런 개선노력과 더불어 정부차원에서도 제도개선을 통해 리필제품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

자원절약과 환경보호를 위해 리필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기업에 금융 세제상
의 혜택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

지난 93년 시작된 리필제품이 초기에는 생산량이 미미하다가 현재는 색조
화장품의 경우 전체 생산량의 11.8%, 액체분말세제는 58.8%로 늘어나 정부가
조금만 고삐를 당겨준다며 리필제품이 활성화될수 있을 것으로 보는게
소비자보호원의 의견이다.

< 안상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