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제품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제품, 가격은 만만치 않으나 품질에는
자신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떤 마케팅전략이 효과적일까.

만도기계의 김치냉장고 "딤채"가 그 해답을 제시한다.

답안은 "소문잔치를 벌이는 것".

2년전 이맘때 만도기계 마케팅팀은 곧 나올 딤채의 마케팅전략 키워드를
"구전"으로 잡았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용해 본 사람의 입을 통해 판매확대를 유도하는게
상책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만도기계는 먼저 목표고객층을 설정했다.

"45세 전후의 주부,생활은 중상류층이상, 가족은 2세대 4인이상, 주거형태
는 아파트나 빌라".

이같은 기본조건아래 지역적으로는 강남지역의 대형아파트단지, 신분상
으로는 여성국회의원 여교수 등 여론선도층을 택했다.

또 경기여고나 이화여고 졸업생들도 목표고객층에 넣었다.

이어 이들의 주소를 동창회명부나 저명인사록에서 입수, 딤채홍보물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이들의 입을 통해 딤채소문을 만들어 간다는 전략이었다.

홍보우편물 발송시기는 시제품이 나오기 1~2개월전으로 잡았다.

그래야만 사람들이 제품이 나왔을때 제대로 기억할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팀은 95년 8~9월에 2만4천여통의 홍보물을 보냈다.

시제품이 나온 그해 10월부터는 사람들에게 제품을 직접 보여주고 설명하는
판촉이벤트행사를 전개했다.

강남지역의 대형백화점과 대형슈퍼, 주부문화센터, 수영장, 헬스클럽 등을
행사장소로 골랐다.

모두가 목표고객층이 많이 드나드는 장소들이다.

그해 말까지 시제품 판촉전에서 약 5천대가 팔렸다.

소문잔치가 벌어질만한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만도기계는 제품을 써본 사람들이 주변사람들에게 딤채를 선전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기대는 현실로 나타났다.

작년초 외무부로부터 해외공관장 부인들에게 제품을 설명해 달라는 전화가
왔던 것.

딤채를 사용해 본 한 공관장부인이 연초 해외 공관장부인 모임에서 딤채
이야기를 하자 모임에 나온 부인들이 외무부에 연락, 딤채설명회를 열어
주도록 부탁했던 것이다.

만도는 시제품이 나온후 1년간 소문이 돌기를 기다렸다가 작년 10월
김장철을 앞두고 제2차 딤채소문만들기에 나섰다.

2백명의 고객평가단을 모집, 딤채를 무료로 나눠 줬다.

그리고 3개월간 사용한후 절반값에 사든지 아니면 반환토록 했다.

결과는 한명도 빠짐없는 구입이었다.

이 고객평가단은 친지들에게 딤채를 "괜찮은 제품"이라고 얘기했다.

이렇게 딤채의 소문잔치는 더욱 커져 갔다.

지난해 판매량은 1만5천5백대.

시제품이 나온후 TV광고 한번 하지 않고 서너차례 신문광고만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판매량이다.

구전에 의한 소문마케팅이 효력을 내고 있는 증거였다.

김치를 담가 딤채에 넣어두면 4개월간 싱싱한 김치맛을 유지시켜 주는
딤채의 성능이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파됐던 것이다.

그 덕에 올들어서는 지난 5월까지 김장철도 아닌데도 2만대나 팔렸다.

올 가을 김장철이 되면 구전효과는 더 큰 위력을 발휘, 올해 모두 10만대가
팔릴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