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금융개혁방안에 대한 한국은행등 관련기관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경식 한은총재는 모 한방병원에서 어깨결림증 치료를 받고 17일 오전
11시께 출근.

노조측은 이에앞서 이총재가 행내 공식의견 수렴과정도 없이 정부안에
서명한데 대해 공개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총재실을 방문했으나 출근전
이어서 면담에는 실패했다.

이총재는 외부접촉을 삼간 채 집무실에서 무언가를 "장고"하고 있는
분위기.

부서장들도 이총재와의 껄끄러워진 관계를 의식, 웬만큼 급한 결재가
아니면 비서실을 통해 간접결재받는 방식을 이용.

반면 최연종 부총재방은 향후 추이등에 대해 논의하려는 직원들의 바쁜
움직임들로 분주한 분위기를 보여 대조적.

<>.한은 부장급이상의 부서장들은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책의 마련을
위해 12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12인 소위)를 구성했다.

"12인 소위"는 이날 오전 회의를 열고 18일 낮12시 별관 강당에서 전직원이
참여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키로 결정.

또 각계의 반응과 관련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오는 19일로 예정된 신한국당
당정회의에 앞서 정치권인사들과 접촉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투쟁기금마련을 위한 한은직원들의 모금운동도 전개됐다.

"12인 소위"는 비상대책기구의 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을 위해 부서장 1인당
30만원씩, 과장들은 1인당 15만원씩 갹출했다.

한은노조도 전국 본.지점의 조합원들을 상대로 모금운동을 펼쳐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역대 한국은행총재들은 17일 낮 긴급회동을 갖고 정부의 중앙은행독립및
금융감독체계개편안에 대한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민병도 역대한은총재모임(한총회)회장을 비롯한 6명의 전한은총재들은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정부의 금융개혁안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부처이기주의로 흐르고 있다며 철회 또는 개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날 모임에는 이경식총재도 참석했다.

역대 총재들은 은행의 건전성 유지를 위한 감독기능없이는 중앙은행의
통화신용정책을 제대로 수행할수 없다며 최근 정부가 마련한 금융개혁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민회장은 "이번 정부의 금융감독개편안은 우리 금융산업의 장기발전을
염두에 둔 비전제시라기보다는 부처이기주의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또다른 전한은총재는 "정부가 최종개혁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이총재가 배석, 한은이 정부안을 그대로 인정한 꼴이 됐다"며
"이총재의 배석은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총재는 이날 모임에서 이번 금융감독체계개편안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설명하고 역대 총재들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모임에는 이총재와 민회장을 비롯 이정환 금호석유화학회장, 김준성
이수화학회장, 하영기 제일생명보험회장, 최창락 금호그룹고문, 박성상
동아시아경제연구원장등 7명이 참석했다.

< 조일훈 기자 >

<>.박청부 증권감독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금융기관통폐합에
대해 "재정경제원과 함께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증권관련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의견을 개진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표명.

박원장은 또 증감원 직원들이 통폐합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데 대해
"조직개편은 정부의 고유권한이고 금융기관통합에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며 "자본시장과 관련된 감독업무등을 개선시키는데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고 강조.

박원장은 "증권시장의 특수성을 감안해 금융감독위원회와는 별도로 증권.
선물거래위원회가 독자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며 "이점은 지난 14일 강경식
부총리와 은행 증권 보험감독원장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도 의견을 개진했다"
고 설명.

< 최명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