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의 대표적 토착유통업체인 태화쇼핑(대표 김정태)이 16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롯데 현대등 거대 백화점들이 잇따라 같은 상권에
점포를 낸데 따른 판매부진이 근본적인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같은 토착백화점들의 경영환경악화는 서울의 대형백화점들이
지방상권공략에 나서고 외국의 거대 유통업체들이 전국을 무대로
점포망구축을 본격화하면서 이미 예견돼왔다.

지방의 토착백화점들이 국내외 공룡업체들에 맞서 악전고투하고있는
상황에서 나온 태화의 법정관리는 같은 사정에 처한 대구 광주 대전등
지방 대도시 유통업체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현대와 롯데백화점이 지난 95년 8월과 12월 잇따라 인근에 매장면적
1만평안팎의 점포를 내자 태화쇼핑은 지난해 8월 본관옆에 신관을 증축,
4천평이던 매장면적을 2배로 늘렸다.

이와함께 북구 덕천동 2호점 건립을 추진했다.

매장늘리기와 다점포화로 공룡업체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 과정에서 1천억원에 이르는 빚을 끌어다 씀으로써 자금압박이
가중돼왔다.

올들어 극심해진 매출부진은 점포운영과 부채상환에 허덕여야하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지난해의 경우 매출액이 지난 95년의 1천8백억원에 못미치는
1천4백억원대에 머물러 마이너스성장을 면치못했다.

여기에다 부도설등이 꼬리를 물면서 금융권이 조기 부채상환에 나서
태화쇼핑의 자금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 82년 설립된 태화쇼핑은 자본금 1백71억원 종업원 6백50명 규모의
토착 백화점.

지난 94년까지만해도 전국에서 평당 최고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연간
2천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던 부산지역 최대 유통업체이다.

태화쇼핑의 총여신 규모는 현재 주거래은행인 동남은행 3백90억원을
비롯해 제1금융권 1천8백억원 제2금융권 6백억원 등 모두 2천4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있다.

태화쇼핑이 현재의 경영위기를 딛고 다시 기사회생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보여 부산상권은 서울에서 남진하는 대형백화점들과 까르푸 마크로
등 외국유통업체들이 본격 유린하는 상황이 될 전망이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조만간 동남은행 등으로 채권단을 구성, 법정관리신청
승인여부를 결정하겠지만 태화가 당분간 롯데 현대등 대형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회생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제3자 인수등도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