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독성이 없고 효과가 뛰어난 새로운 약리물질
이란 판정을 받아낼 확률은 아무리 높아야 1천분의1을 넘지 않는다.

2차 관문인 임상실험을 거쳐 제품화까지 성공하는 것은 5건중 하나에 불과
하다.

최소 5천분의 1의 확률싸움이란 얘기다.

개발기간은 평균 12년.

엄청난 돈과 인력, 게다가 운도 적당히 따라줘야 이길수 있는 게임이다.

판돈이 크게 걸린 도박판에 곧잘 비유되는 까닭이다.

유공 의약개발센터소장 최용문(47)박사는 요즘 "한건" 올릴 자신감에 부풀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들고 있는 "패"가 너무 좋아서다.

YKP10A.

우리나라를 통틀어 첫번째로 FDA의 승인아래 올해부터 1단계 임상실험에
들어간 신약후보물질의 코드명이다.

7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H C 브라운박사(퍼듀대학) 밑에서 박사후연구과정
을 마치고 카터월라스사의 케미컬섹션매니저 생활을 했던 그가 당시의 유공
미주동부R&D센터에 합류한 때는 93년2월.

만 6개월째인 그해 8월 간질환치료제 개발을 위해 합성한 10번째 시료에서
뜻밖에 찾아낸 이 물질은 제4세대 우울증치료제.

그간의 우울증치료제와 전혀 다른 작용기전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이
물질은 부작용이 14배 낮고 독성도 5배나 적은데다 약효는 35%이상 뛰어나
10조원선에 달할 21세기 세계 우울증치료제시장을 석권할 주인공으로 벌써
부터 주목받고 있다.

그는 또다른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활동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모든 우울증세에 잘 듣는 5세대 우울증치료제 개발에 주력하며 그동안
합성한 후보물질에서 부수적으로 확인된 약리효과를 제품화로 승화시킨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YKP10A의 성기능증강기능을 이용해 성기능강화제를 만들고 이를 파킨슨씨병
치료제로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또 간질환치료를 위한 후보물질을 토대로 뇌신경보호제와 뇌졸중치료제,
그리고 치매치료제를 단계적으로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약속도 받아 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이 없습니다. 믿을 건 머리뿐이에요. 21세기 국가
생존을 위해 우리의 두뇌자원을 최대한 활용할수 있는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해야 합니다"

머리만으로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분야의 하나로 신약개발사업을
꼽는 그는 이를 위해 과학대중화운동이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