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관련 정부안이 확정됐지만 국회를 제대로 통과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경식 한국은행총재가 최종안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한은 직원들은
이를 절대 받아들일수 없다며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들어갔다.

한은은 15일 최연종 부총재 주재로 서울 강남지점에서 긴급 비상임원회의를
열어 "통화신용정책의 독립성을 완전히 확보하지도 못하고 은행감독원만
완전히 분리하는 안은 수용할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은 노조는 이총재퇴진운동은 물론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결의, 이날부터
철야농성을 시작했다.

이총재는 직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총재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감독원과 보험감독원 노조도 금융감독기관의 통폐합이 강행될 경우
파업도 불사키로 의견을 모았다.

재정경제원도 "완전히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받아들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부 업무가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되는데 불만족스러운 분위기다.

이에따라 금융개혁작업은 사회적인 논쟁만 확대재생산하면서 차기정부로
이월돼 "제3차 한은법파동"으로 끝나고 말 것이란 전망이 대두되고 있다.

<>.강경식 부총리와 이경식 한은총재가 "중앙은행제도및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에 전격적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4일 한국은행은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분위기.

직원들은 대부분 일손을 놓은채 정말 이총재가 검사권완전분리에 합의해
줬는지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

노조는 최연종 부총재로부터 "나는 모르겠다"는 답을 듣고 이는 합의사실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규정.

노조는 14일오후 본점광장에 농성을 위한 텐트를 설치한뒤 15일부터 즉각
철야농성에 돌입.

아울러 민노총 사무금융노련 민주금융노련등과 연대, 17일부터 잇따라
기자회견 반대집회 대국민홍보전 등을 갖는다는 투쟁계획을 확정.

또 검사권분리에 이총재가 합의해 줬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이총재 퇴진
운동을 본격적으로 벌이겠다고 결의.

아울러 정부가 은감원완전분리를 골자로한 관련법률을 국회에 상정, 통과를
밀어붙일 경우 총파업을 실시키로 결정하기도.

한 노조간부는 "파업불사는 그냥 해보는 말이 절대 아니다"고 의지를 피력.

한은의 조사역 행원등 1백여명은 14일 오전10시30분부터 오후2시까지
긴급모임을 갖고 한은으로부터 검사권분리에 절대 반대한다고 결의.

이상헌 조사제1부장등 간부 상당수는 일요일인 15일에도 출근, 향후 사태를
점치는 분위기.

<>.분리대상자인 은감원 직원들의 반발강도는 이미 극에 달한 모습.

한 직원은 "우려했던 대로 은감원을 팔아 형식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
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됐다"고 비판.

이들은 만일 합의안대로 간접검사권(검사요구권 합동검사권)만 한은에
남게 되면 6백여명의 직원중 50여명만 한은에 잔류하게될 것으로 풀이.

이렇게 되면 나머지 5백50여명은 금감위로 옮겨가야 하나 자리에 여유가
없어 상당수 직원이 명예퇴직을 감수해야할 것으로 우려.

은감원은 특히 고위직원들까지 "협상과정에서 이총재가 은감원의 의견을
완전 배제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는 등 격앙된 분위기.

<>.한은 직원들은 최종안이 통화신용정책의 중립성을 확보하지도 못한채
은행감독권만 한은에서 완전 박탈하는 것으로 사실상 재경원주장대로 확정된
것으로 해석.

이들은 <>재경원차관이 금통위에 참여하지 않지만 한은부총재가 금통위원
에서 제외되는데다 <>공무원신분인 금융감독위원장의 금통위원추천권이
신설됐고 <>금통위의장 해임권과 사무국을 통해 정부의 금통위통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을 들어 통화정책의 중립성은 물건너 갔다고 주장.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은 14일오후 실장을 비롯한 담당자들이 청와대에
들어가 정부안을 넘겨받고 과천청사로 돌아온 직후부터 문을 걸어 잠근채
문구조정과 예상문답자료작성에 몰두.

일요일인 15일에는 직접 작업을 하지 않는 관계자들도 출근해 "3개국
가운데 은행 증권 보험업등을 담당하는 1개국 규모가 금감위로 떼어질 것
같다"고 예상하며 최종안에 관심.

정부 최종안작성작업이 청와대에 맡겨짐에 따라 한때 망연자실해 있던
실무자들중 일부는 청와대안을 본뒤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몇몇은 감독권일원화가 철저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면서도
"상대가 있는 논의인 만큼 어쩔수 없었을 것"이라며 최종안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분위기.

<>.정부의 최종안은 지난 4일 열린 강경식 부총리 이경식 한은총재 김인호
경제수석 박성용 금개위원장의 제1차 4자회동에서 이미 합의됐다는 후문.

4명은 이날 대략적인 원칙에 합의한뒤 지난 12일저녁 2차회동에서 최종
합의하고 최종안에 서명까지 했다고.

이들은 합의내용을 발표때까지 일절 함구하기로 하고 정보누설을 예방하기
위해 재경원이나 한은 직원들을 실무작업에서 배제하고 청와대에 작업을
일임.

그러나 뚜껑이 열린 최종안이 한은 직원들의 정서에 상당히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만일 최종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이들은 상당한 부담을 질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

< 하영춘.김성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