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의 한국시장 공략이 거세지고 있다.

도요타가 미국산 아발론으로 국내시장에 처음 진입한 데 이어 미쓰비시
마쓰다 스즈키 등 다른 업체들의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욱이 일본차의 직수입이 전면 허용되는 99년말부터는 일본차가
저가격을 무기로 국내 승용차시장을 급속히 잠식해 들어갈 것이라는
보고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어 국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시장 직접진출이 가장 유력시되는 업체는 미쓰비시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 일간지에 자사 차량의 광고를 내면서 한국 진출을
간접 선포하고 나섰다.

미쓰비시는 이 광고에 자사의 대표차종중 하나인 2천cc급 중형차
"갤랑"을 실어 이 차로 먼저 공략할 뜻을 내비췄다.

미쓰비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시장 직접진출 방침을 확정, 국내에
들어와있는 미쓰비시상사를 통해 국내 판매선을 물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판매업체인 인치케이프
코리아와 삼환까뮤 두곳이 최종 후보에 올라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작년 5월부터 진세무역 인치케이프코리아 등과 계약을 맺고 미국산
아발론을 들여와 팔고 있는 도요타는 아직 직판 진출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

진세무역 관계자는 "도요타는 지난 1년간의 경험을 통해 한국시장의
상황을 좋게 평가한 것 같다"며 "이에따라 올해안으로 아발론외에 3개차종
정도를 추가 투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비춰왔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중형승용차 "캄리" (1천8백~2천cc)는 이미 도입방침이 확정된
상태로 시기만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차는 도요타의 미국공장에서 생산돼 국내에는 2천만원대의 낮은
가격에 들여올 예정이어서 국내 중형.준대형 승용차시장을 상당부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추가 도입될 4륜구동형 포러너와 랜드크루저 두차종은 현재
수입선다변화품목에서 제외돼 일본에서 직접 수입될 예정이다.

스즈키는 인치케이프코리아를 통해 1천6백cc급 소형 지프인 "사이드킥"을
이달부터 국내에 시판키로 하고 사전인증 절차를 밟고 있다.

이차는 스즈키와 GM이 합작설립한 캐나다공장에서 생산된 것으로
국내 시판가격은 2천2백만~2천3백만원대에 결정될 예정이다.

마쓰다는 미국산 중형차 "626" (2천5백cc)를 빠르면 올말께 들여와
시판할 계획이다.

이차는 기아자동차가 생산하는 크레도스의 기본형 모델로 국내 판매
가격이 국산 중.대형차급인 2천4백90만원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일본 업체들이 이처럼 한국진출의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99년말 수입선다변화제도의 전면 해제를 앞두고 미리 시장기반을 다져놓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기아경제연구소 김병욱 책임연구원은 "일본 업체들은 당장 한국시장에서
판매량 확대보다는 이미지 개선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기반으로
오는 99년말부터는 일본으로부터 직수입에 따른 저가격을 무기로 한국
시장의 대대적인 공략에 나설 것이 확실시된다"고 분석했다.

기아경제연구소는 최근 내놓은 "수입선다변화 해제의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일본차가 직수입될 경우 특히 가격경쟁력에서 열세에 있는
국산 중.대형시장을 크게 잠식할 것으로 지적, 그 심각성을 드러냈다.

< 정종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