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9일부터 6월1일까지 4일간 경기도 용인의 레이크사이드 골프클럽
에서 열린 현대마스터스 국제골프대회.

3만여명의 갤러리(관중)가 몰려 대성황을 이루었다.

TV에도 세차례나 중계됐으며 신문에는 관련기사와 사진이 연일 대서 특필
됐다.

그만큼 각홀에 세워진 현대자동차 입간판과 캐디복에 새겨진 현대자동차
로고도 화면과 지면에 자주 등장했다.

현대자동차가 이 대회를 통해 얻은 기업이미지 제고및 제품선전효과는
얼마나 될까.

계수화하기는 어렵지만 6백만달러의 광고비를 투입한 것과 맞먹는 홍보
효과를 거두었다는게 현대의 자체평가다.

골프대회에 투자한 돈이 50만달러의 상금을 포함해 모두 1백50만달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비의 4배에 달하는 효과다.

현대자동차의 이준하 홍보과장은 "이외에도 동남아 전역을 가시청권으로
하는 홍콩스타TV가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를 60분짜리로 엮어 금명간 방영할
예정이어서 기업이미지 제고효과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와 같이 스포츠를 통해 기업이미지와 제품을 홍보하고 해외시장
을 공략하는 스포츠마케팅이 붐을 이루고 있다.

국내에 스포츠마케팅이 도입된지는 10여년 밖에 되지 않았으나 국내기업들
은 스포츠마케팅의 무대를 국내에서 해외까지 넓혔다.

스포츠마케팅의 목표도 단순한 기업홍보차원에서 벗어나 매출확대 등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스포츠마케팅은 스포츠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과
스포츠 그 자체를 상품화하는 "스포츠의 마케팅"으로 크게 나뉜다.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은 스포츠팀 운영, 대회주최, 선수단 지원 등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스포츠의 마케팅은 대회기획, 중계권 판매, 스폰서유치,
휘장판매 등을 통한 수입을 목표로 한다.

또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은 주로 일반기업들이 참여하는데 비해 스포츠의
마케팅은 광고회사나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들이 실시한다.

먼저 스포츠의 마케팅을 보자.

우리의 경우엔 광고회사들이 주로 나서고 있다.

금강기획이 대표적 사례다.

금강기획은 올초 국제유도연맹(IJF)으로부터 2001년까지 5년간 개최되는
각종 유도대회의 마케팅 대행권을 따냈다.

금강의 IJF 마케팅대행권 수주는 일본 제2의 광고회사인 하쿠호도와 프랑스
유수의 광고업체들을 제치고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스포츠 마케팅의
세계화 사례로 손꼽히기도 한다.

계약금으로 3백7만달러를 IJF에 지불해야 하는 금강은 전세계를 상대로
한 TV중계권판매, 기업스폰서 유치, 대회휘장사업등으로 계약금의 2배가
넘는 수입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금강기획 외에 제일기획과 LG애드도 해외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추진중이다.

제일기획은 이미 세계태권도연맹의 마케팅 대행권을 획득했다.

LG애드는 내달부터 세계 여자배구선수권 아시아예선대회의 운영및 PR대행
사업에 나선다.

스포츠를 이용한 마케팅은 스포츠의 마케팅보다 훨씬 더 폭이 넓다.

내로라하는 기업은 거의 모두 참여하고 있다.

방식도 국내 스포츠단 운영에서 벗어나 해외유명 스포츠팀을 지원하거나
아니면 국제대회를 주최하는등 다양해졌다.

최근 98년 동계올림픽과 2000년 하계올림픽의 무선통신분야 올림픽파트너로
선정된 삼성전자가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는 파트너로 선정됨에 따라 1백97개 IOC회원국을 대상으로
오륜마크를 이용한 판촉활동을 전개할수 있게 됐다.

삼성은 당초 42억달러로 잡았던 2000년의 무선통신분야의 매출목표를
47억달러로 상향조정할 정도로 이 스포츠마케팅이 매출신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외에도 지난해 루마니아에서 상금 20만달러의 "삼성컵 축구
대회"를 창설했다.

LG그룹은 연초 미국에서 상금 1백만달러의 "LG챔피언쉽골프대회"를 개최
했다.

그룹측은 이 대회가 현지방송을 통해 중계된 덕에 5백만달러의 광고효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대우그룹은 올초 폴란드 프로축구팀 "레기아"를 인수했다.

또 프랑스프로축구팀에 넥시아승용차 20대를 제공하고 선수들의 유니폼에
대우마크를 새겼다.

현대그룹은 유니폼에 현대로고를 넣고 경기장 펜스에 광고를 하는 조건으로
덴마크와 스웨덴 프로축구팀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스포츠마케팅 열기는 더 뜨겁다.

프로팀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각종 경기를 후원하면서 제품과
기업홍보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현재 기업들이 운영중인 프로및 아마추어 스포츠팀은 70여개로 10여년전의
배이상으로 늘어났다.

스포츠단체들도 스포츠마케팅에 적극적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미국 스포츠마케팅업체인 IMG를 국내프로축구대회
마케팅대행사로 선정, 수입확대를 꾀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는 IMG와 금강기획을 경쟁시켜 보다 나은 스포츠마케팅방안을
모색중이다.

수원대 김종 체육학교수는 "기업들은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세계시장에서 문화.사회적 장벽을 뛰어 넘는
엄청난 부대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말한다.

금강기획의 박현종 스포츠마케팅박사는 "스포츠마케팅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관련전문가를 육성, 스포츠마케팅을 더욱 발전
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정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