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2년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 때 북한측 대표단이 먹어보고
미제 아이스크림이 아니냐고 물어보았다는 "부라보콘".

그때부터 지금까지 25년여동안 한국 아이스크림의 간판중 하나로 인식돼온
해태제과의 부라보콘이 새얼굴로 단장했다.

해태제과는 수입아이스크림의 시장잠식을 저지키위해 지난 5월
"피칸프러린"과 "피스타치오"라는 두가지 맛의 부라보콘 신모델을
내놓았다.

신모델은 색다른 상품명이 암시하듯 색상과 맛이 지금까지 나온
부라보콘과 크게 다르다.

신제품 부라보는 바닐라 딸기맛이 대부분인 다른 콘제품과는 달리
수입아이스크림 전문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품목을 벤치마킹해
개발됐다.

따라서 맛이나 색상이 수입아이스크림 못지않다는 설명이다.

반면 가격은 대량생산체제에서 오는 이점을 최대한 살려 수입아이스크림의
절반도 되지않는 개당 5백원으로 책정했다.

해태는 지난 5월 한달간 32억원어치의 신제품 부라보를 판매했다.

비온 날이 절반을 넘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대단한 위세다.

해태는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6월부터 한달 매출을 5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수량으로는 1천만개나 되는 엄청난 양이다.

<> 개발동기 =국내 아이스크림의 시장의 구조는 최근 2~3년동안 크게
바뀌었다.

수입아이스크림 바람이 불어닥친 것.

전문매장에서 파는 배스킨 라빈스등 수입상표 아이스크림은 신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소비자들의 머리속에 "수입아이스크림은 고가.

고급제품, 국내 아이스크림은 저가.

저급 제품"이라는 인식이 은연중 자리잡기 시작했을 정도다.

해태는 국내 아이스크림회사의 공통과제인 "수입아이스크림의 시장잠식
저지"를 위해 부라보콘 신모델 "피스타치오"와 "피칸프러린"을 개발했다.

신모델 개발에는 소비자들의 입맛 변화도 고려됐다.

자체조사 결과 소비자들이 천편일률적인 바닐라맛에 싫증을 내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 차제에 신모델을 개발케됐다는 설명이다.

<> 제품특징 =해태는 수입아이스크림과 정면 대결하기로 했다.

그래서 수입브랜드 가운데 가장 잘 팔린다는 "피스타치오"와
"피칸프러린"을 변신 부라보콘의 첫 개발품목으로 선택했다.

피스타치오는 딱딱한 껍질속에 땅콩같은 알맹이가 들어있는
견과류.술안주나 간식용으로 많이 이용되는 수입과일이다.

껍질이 녹색이어서 부라보 "피스타치오"도 녹색이다.

해태는 녹색의 제품색깔이 원료의 색깔을 살리는 것외에 청량감을 느낄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밝혔다.

피칸은 호도의 일종으로 고소한 맛을 느끼게하는 견과.

부라보 "피칸프러린"은 부드러운 아몬드크림에 헤즐넛시럽과 피칸이
함유돼 고소한 맛을 느끼게 한다.

<> 판촉전략 =새롭게 변신한 부라보콘의 타깃층은 신세대다.

해태는 제품의 질과 맛에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대대적인 판촉활동에 들어갔다.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동안 대학가와 젊은이들이 많이 모여드는 유원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무료시식회를 전개할 예정이다.

먹어보고 수입아이스크림과 비교해 달라는 주문이다.

제품의 성패는 맛과 가격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냉동고 보급, 콜드체인시스템 구축등 유통측면도 무시할 수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에따라 해태는 보유하고있는 전 냉동고에 부라보콘을 최우선으로
진열하는 등 이 제품에 힘을 집중시키기로 했다.

올해 부라보콘의 판매목표는 3백억원.해태는 신제품 부라보콘으로
아이스크림 시장 1위브랜드의 자리를 탈환한다는 야심찬 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 김광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