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자동차메이커들이 삼성에 대한 "연합전선"을 구축한데 이어 정부의
삼성자동차 신규진입 허용 의혹을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삼성자동차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보고서를 둘러싼 삼성-기존업계간의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기존업체 대표들은 9일 자동차공업협회 대회의실에서 가진 공동기자
회견에서 "삼성의 자동차사업 진입 자체가 잘못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정부가 삼성으로부터 신규진입 조건으로 받아놓은 각서의 이행 여부를 전혀
지도.감독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기존업체들의 수요예측을 무시한채 삼성의 수요예측만으로 진입을
허용한 것이 이번 사건의 발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회장인 정몽규 현대자동차회장은 "삼성그룹의 자동차사업 신규진입
허용 당시 핵심 결정권자가 현재 삼성자동차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며 그동안 누적된 삼성신규진입에 대한 불만을 직접적으로
토로했을 정도다.

기존업체들이 삼성의 보고서 차원을 넘어 삼성자동차 신규진입 문제를
새삼 거론하고 있는 것은 삼성의 돌출행동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업계는 삼성이 신규진입한 이후 정부나 언론을 대상으로 구조조정론과
각서파기론을 흘려오는등 다양한 전략을 펼쳐왔다고 보고 있다.

특히 스스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업체를 인수하기 위한 산업의
구조조정론을 제시했고 이것이 전체산업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시각과
맞아 떨어져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초안이 됐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삼성자동차 신규진입 문제를 내세워 삼성의 구조조정론을
불식시키고 삼성에 대한 정부의 지휘.감독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는 계산인
셈이다.

임창열 통상산업부 장관이 이날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산업구조조정을
위해 개별기업들의 "자율적인" 인수합병을 돕겠다"고 말한 것은 산업구조
조정정책에 따른 적대적 인수합병의 가능성에 반발하고 있는 자동차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된 것으로 볼수 있다.

통상산업부는 그동안 자동차 반도체 철강등의 업종을 내세우면서 적대적
인수합병까지를 포함한 구조조정론을 전개해왔다.

따라서 기존업계는 구조조정이 기업들의 자유 의사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 산업정책에 적극 반영되고 삼성 스스로 기존업체의 인수합병
의혹을 해소시킬 때까지 공격의 고삐를 계속 조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