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제도 개편과 관련, 감독권의 향방에 못지않게 민감한 사안이 바로
감독기구의 형태문제다.

금융개혁위원회는 현행 은행.증권.보험 3개감독원을 하나로 묶어 금융감독원
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각 금융권별 업무영역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어 개별 감독보다는 통합감독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엔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을 줄이자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사사건건 서로 시비를 걸고 있는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은
이 점에서만은 금개위와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통합당사자들의 반발이다.

통합과정에서 상당폭의 인원정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학살"이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직원은 물론이고 각 감독원장의 격도 낮아질 수밖에 없게 되는 등 임원수도
크게 줄어든다.

현재 감독원의 직원수는 은행감독원이 6백8명으로 가장 많고 증권감독원
5백15명, 보험감독원이 3백56명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일부 감독권을 보유, 은감원의 일부를 흡수한다해도 금융감독원
의 직원은 대략 1천2백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금융권 일각에서는 단순통합에 그칠 경우 시너지효과는 커녕 되레
효율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은행이나 증권 감독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업무가 많은 보험감독원
같은 곳은 감독원통합과 규제완화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현재 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정리될 것이라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감독원 사이의 보수 진급 호봉등의 격차조정문제도 풀어야할 숙제이지만
금개위는 이에대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감독원들은 이같은 현실적인 난제들 때문에 실제 통합과정에서 적잖은
진통과 불협화음이 불거져나올 것이라며 통합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차라리 감독원간 협의체를 구성, 감독업무를 상호지원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개별 감독원장을 금감위원으로 위촉하고 정부나 금감위원장이 이들에 대한
임면권을 가지고 있다면 정책조화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은감원 관계자는 "은행 보험 증권간 업무영역 구분이 없는 유럽에서는 감독
기관을 통합하는 추세지만 업무구분이 비교적 뚜렷한 미국 등에서는 감독
업무가 독립된 기구로 나뉘어져 있다"며 "감독원 통합이 국제적 추세라는
말도 아전인수"라고 반박하고 있다.

증감원도 증권시장에 대한 감독업무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위원회로
분리할 경우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금개위는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일반증권사의 건전성규제를 맡고 증권.선물
거래위원회가 불공정거래행위 방지업무를 담당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어찌보면 자리가 없어진다는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감독원 통합을 강행할 경우 업무및 기구축소 인원정리와 관련, 일정과
기준을 투명히 하지 않는한 또다른 상처를 남길 수밖에 없게 돼있다.

< 박영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