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스를 발라 치켜세운 짧은 머리.

은은한 황금빛 동그란 테의 안경을 걸친 연한 구리빛 얼굴.

그리고 줄무늬 셔츠에 넥타이를 맨 단정한 차림새.

탤런트를 연상케 하는 젊은 기계공학도의 가슴속에 첫번째 "휴머노이드"
(사람을 닮은 지능형 로봇)탄생의 꿈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로봇응용 및 유공압연구팀 이수용(31)박사.

서울대를 거쳐 미국 MIT에서 학위를 마치고 홍릉에 연구원으로서의
둥지를 튼지 겨우 1년.

그는 과기연이 99년 완성을 목표로 94년부터 야심적으로 추진해 온
지능형 휴먼로봇 "센토"(Centaur)개발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가능하다 싶은 것은 무엇이든 직접 만들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철저한 실험정신은 팀 전체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있다.

그가 맡은 것은 센토의 두 팔을 제어해 사람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일이다.

미국 로스하임 디자인사에서 제작된 센토의 두 팔은 각각 9자유도
(어깨관절은 5자유도)를 갖고 있는 등 사람의 팔운동에 가장 가깝게
설계되어 있다.

그와 팀원은 이 팔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적의 작업경로를 생성토록 하고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와 조화를 이루며 팔이 움직일 수 있도록 각 액추에이터의 움직임을
통합해 묶어주는 소프트웨어를 심었다.

그가 흘린 땀은 다른 팀이 수행한 눈과 다리에 대한 연구결과와
어우러져 불완전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최근 3살배기 어린아이 지능의
센토를 탄생시켰다.

센토는 앞으로 남은 2년여의 연구기간동안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까지
성장시키기로 약속되어 있다.

그때쯤이면 레고블록을 주고 집을 만들라는 개괄적인 명령까지도 스스로
보고 걸으며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는 현재 멀리 떨어져서도 자신의 팔동작과 같이 센토의 팔 움직임을
유도하고 역으로 센토가 물건을 잡는 힘과 질감까지 느낄수 있는 아주
색다른 원격조정시스템의 완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뿌린대로 거두게 마련이죠.70여명의 과기연팀과 대학의 협동연구팀은
하루 24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센토 만들기에 애정을 쏟고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기술수준에 대한 그의 자신감은 예사롭지 않다.

사람이 하기에 어렵고 위험한 작업을 떠맡거나 사람과 공존하며 도와줄수
있는 휴머노이드 개발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그가 필요로하는 것은 단지
수적인 인력충원과 시간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