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외환은행장을 제외한 한미 서울 등 다른 시중은행장 인사에
직간접적인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관치인사 파문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미은행장은 내부승진 기대가 높아지고 있으며 서울은행장 구도도
복잡해지고 있다.

국책금융기관장 후속인사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됐다.

시중은행장에 전직 관료를 임명하려던 재정경제원은 여론및 금융계의 집중
포화를 받고 시중은행장 선임과정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등 항복하고
말았다.

한보사태를 책임지려 하기는 고사하고 인사 적체를 해소하는데 악용하려
든다는 비난 끝에 결국 백기를 들고 만 것.

또 시중은행장을 스스로 뽑을수 있도록 하겠다며 비상임이사회를 만들어
놓고 정부 자신이 이 기구의 존재를 무시했다는 비난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한 해명자료에서도 "서울은행과 한미은행장 선임과정에
직간접을 막론하고 개입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등 여전히 거짓말로 일관,
금융기관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또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은행에 대해선 계속 인사에 개입하겠다는 뜻도
밝혀 비상임이사회를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정부의 발표로 인해 7일 퇴임식을 가진 장명선 외환은행장 후임으론
홍세표 한미은행장이 사실상 확정됐다.

정부가 외환은행장 자리만은 양보할수 없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나선데다 두차례에 걸쳐 정부에 항의표시를 했던 비상임이사들도 대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수긍하는 자세로 돌아섰기 때문.

특히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전달받은 외환은행 상임이사들이 비상임이사들
을 1대 1로 설득하고 있어 9일 오후 열리는 비상임이사회에서는 홍행장을
차기행장후보로 선출할 전망이다.

<>.한미은행장의 경우 지난 주총에서 3연임에 성공한 김진만 전무의 내부
승진 가능성으로 분위기가 급반전되고 있다.

한미은행의 대주주인 BOA가 지난주 재경원을 방문, 외부인사 내정에 대한
항의의 뜻을 분명히 전달한데다 직원들의 정서도 내부승진으로 굳어지고
있어서다.

그러나 대주주인 삼성과 대우가 정부와의 마찰을 피하려 들게 뻔해 문헌상
행장의 선출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주 사의를 표명한 장만화 서울은행장 후임으론 후보가 난무하는
상태.

그렇지만 당초 정부가 내정했던 최연종 한은 부총재가 여전히 "0순위"라는게
금융계의 정설.

재경원이 이미 최 부총재에게 내정사실을 통보했고 최 부총재 본인도 수락
의사를 표시한 상태인데다 당국간에 "서울은행장은 한은 몫"이라는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는 것으로 읽혀지기 때문.

일부에서는 그러나 한은 출신인 신복영 금융결제원장과 서울은행 임원을
지낸 조왕제 건영 법정관리인, 윤병철 하나은행회장 등도 거론되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정부의 발표를 액면그대로 받아들일수 없다는 분위기가
상존하는 상태다.

한 관계자는 "정부가 언제 은행장 인사에 개입한다고 말하고 개입했었느냐"
면서 "반발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라고 평가절하했다.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위원장 추원서)도 예정대로 오는 10일 오후 2시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관치금융 각본인사 규탄대회"를 개최키로 하는
등 반대집회를 계속키로 결정했다.

또 산업은행노조가 김영태 총재의 취임을 저지중인데 이어 서울 외환
한미은행노조도 관치행장 반대운동을 지속키로 했다.

<>.이중 서울은행의 경우 "장만화 행장 사임반대" 분위기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서울은행은 7일 오후 2시 본점 부.실장및 경인지역 점포장회의를 열고
"은행장 사퇴와 관련한 호소문"을 채택, 국회 재경위에 전달키로 했다.

이와함께 "고객과 주주에게 드리는 글"을 만들어 일간지 광고 등을 통해
장 행장사퇴 압력의 부당성을 홍보키로 했다.

< 최승욱.하영춘.이성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