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정책은 대체로 금융기관의 인/허가권및 제도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산업정책과 환율 외채 자본유출입 등을 다루는 외환정책, 시중자금의
전체적인 유동성을 관리하는 통화신용정책,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감시하는
금융감독정책으로 대별할 수 있다.

재정경제원은 그간 금융기관 신설여부를 결정하고 개별금융기관의 신상품
판매과정에까지 개입하는 등 금융정책에 관한한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러
왔다.

그러나 재경원의 전횡에 불만을 품어온 금융및 산업계 인사들이 금융개혁
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금개위는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에 전 금융기관 감사권을 몰아준데 이어
금융규제/감독권및 이에따른 법령 제/개정권까지 부여하는 내용의 금융개혁
2차과제를 지난 3일 김영삼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한마디로 금융정책의 핵심인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금감위에
송두리째 넘기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금개위안에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통화신용정책권을 갖게된 한국은행으로서는 포괄적인 금융정책권을 빌미로
재경원이 끼여들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금개위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금융정책실의 고사를 의미하는 금개위안에 대해 재경원은 정면반대하고
있다.

금개위안대로 하면 재경원 금융정책실의 업무중 국제금융 외환 산업지원
저축촉진 등 ''껍데기''만 남아 사실상 금융정책실을 없애야 할 처지다.

1개국 정도가 남으면 다행일 정도다.

재경원이 합의제 행정기구형태의 금감위가 아닌 ''금융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그래서다.

재경원은 화폐와 금융을 총괄하는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이 책임지는 범위가
광대한 만큼 권한도 이에 상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감위가 전반적인 금융감독기능을 보유하는 것은 수용할 수 있지만
인/허가권및 법령 제/개정권까지 부여할 경우 현행 정부조직접 체계에
모순이 됨은 물론 경제정책간의 조화도 이루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금감위원장이 국무위원이 아닌 만큼 법안상정권이 없어 40여개의 금융
관련법률을 제때 수정하기도 결코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삼고 있다.

만약 시중은행이 도산이라도 할 경우 재경원을 제쳐 둔채 금감위가 주도적
으로 처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금감위의 기능은 <>금융기관의 건정성 제고를 위한 검사/제재권및
이에따른 규정개정권 <>표준상품 인가/증자 등 경영관련 인/허가권 <>예금자
투자자 보호기금 관리 운영권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는게 재경원의 주장이다.

재경원은 총괄금융정책수립차원에서 법령 제/개정권및 금융기관설립인가권
을 계속 가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반해 금융개혁위원회는 금감위에 금융규제및 감독관련 법령 제/개정권
을 주지 않을 경우 현행처럼 감독행정이 정부주도의 금융정책 수행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돼 중간감독기관의 자기계발노력및 창의성 발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통합감독기구의 회의에 재경원및 한은 관계자의 참석권을 보장한 만큼
금융감독기능의 자율성과 중립성, 정부정책과의 연계성을 확보할 수 있다며
원안 그대로 법제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그동안 ''정책''과 ''감독''을 구분하지 않고 금융계를 다스려온 재경원
의 구태가 재판을 받고 있는 셈이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