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도산 우려로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보다는 유가증권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중 은행들이 기업과 개인에 빌려준 대출금은
1조6천8백61억원으로 작년 5월(3조1천7백96억원)은 물론 지난 4월(3조8백90억
원)보다 절반 가까이로 축소됐다.

이에 비해 지난달 은행들의 유가증권 투자금은 2조2천4백80억원으로 작년
동월(3천8백63억원)의 6배, 지난 4월(1조1천63억원)의 2배에 달했다.

지난 4월만해도 은행대출금 증가액(3조3천3백10억원)은 유가증권 투자증가액
(1조1천63억원)의 3배에 달했으나 지난달에는 유가증권 투자금의 75% 수준
으로 둔화됐다.

종금사들도 유가증권 투자를 늘리기는 마찬가지여서 지난 한달동안 1조여원
을 유가증권에 투자한 것으로 추산됐다.

종금사 수신은 5월중 1조5천6백18억원이나 늘었으나 종금사들은 이중
5천3백84억원만 기업에 대한 여신(기업어음할인+어음중개)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유가증권에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밝혔다.

지난달 4월 1조6천9백23억원 감소했던 종금사여신은 지난달들어 다소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작년동기(5천4백32억원) 수준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대출보다는 유가증권 투자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기업의 자금수요가 둔화되고 있는데다 한보및 삼미 등 대기업의 연쇄
부도로 기업에 대한 여신취급을 신중히 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이런 영향으로 일부 기업들의 자금난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유통수익률과 콜금리등 시장금리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우량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경우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매수에 나서고 있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금융기관의 여신(보증)
기피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