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제도개편과 관련, 가장 첨예한 논란을 빚고 있는 문제는
"재정경제원차관의 당연직 금융통화위원 참여여부"다.

재경원에서는 통화신용정책이 행정권에 속하는 만큼 차관이 당연직
금통위원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금융개혁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재경원차관이 참여하면 현행(재경원장관
이 금통위의장)과 다를게 없으므로 말뿐인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에 그친다며 펄쩍 뛰고 있다.

비록 "한은으로부터 감독권 완전분리여부"라는 쟁점에 가려 뒷전으로
밀려나 있긴 하지만 재경원과 한은 모두 절대 양보할수 없다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는 사안이다.

지난 4일밤 열렸던 강경식 부총리, 이경식 한은총재, 김인호 경제수석,
박성용 금개위위원장의 4자회동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은 얼굴을 붉혔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자 중앙은행제도개편의 본질적인 사안이다.

이 문제에 관한한 한은의 태도는 사뭇 결사적이다.

"만일 재경원차관이 금통위에 당연직으로 참여한다면 중앙은행제도개편은
안하느니 못하며 따라서 절대 양보할수 없는 문제"(이상헌 조사제1부장)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당초 중앙은행제도와 금융감독체제개편문제가 불거진 것은 어떻게 해야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 효율적인 물가안정을 이룰수
있느냐는데서 출발했다.

따라서 금융개혁의 본질은 여전히 중앙은행의 독립성보장여부다.

독립성은 일차적으로 정부(구체적으론 재경원)로부터 독립을 말한다.

그런데도 재경원차관의 금통위 참여를 고집하는건 현재와 마찬가지로
정부가 금통위를 쥐락펴락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재경원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데는 전적으로
찬성하지만 금융정책과의 유기적 협조와 법리차원에서라도 재경원차관의
금통위참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금융정책과 통화정책은 일정정도의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그러자면
정부대표의 금통위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더욱이 정부조직법상 행정부가
아닌 금통위와 한은에 통화정책을 맡겨 둔다면 위헌시비를 불러 일으킬수
있다. 이를 방지하자면 정부와 금통위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하고 그
연결고리가 바로 재경원차관의 금통위참여다"라는 논리에서다.

재경원은 한발 더 나아가 "독립성보장에 걸맞는 책임장치를 마련하라"
이라는 대통령지시를 확대해석, 한은총재를 계약직으로 해 물가안정목표를
지키지 못할 경우 해임시키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사안에 관한한 정부의 명분이 약한게 사실이다.

정부와 금통위의 연결고리는 <>재경원장관의 의안제의권 <>재경원차관의
출석발언권 <>재경원장관 금통위의장 금감위의장의 모임정례화 등으로
충분히 만들어 졌다는 한은의 주장이 상당부분 공감을 얻고 있어서다.

그래서 이 또한 통화정책간섭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재경원과 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한은의 밥그릇싸움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런 밥그릇싸움은 "나눠먹기식 타협"의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벌써부터 재경원차관의 금통위참여를 인정하는 대신 한은의 일부 감독권
보유를 용인키로 재경원과 한은이 원칙적인 타협을 봤다는 소문이 무성한
것만 봐도 그렇다.

만일 밥그릇 나눠갖기로 "흥정"이 이루어진다면 중앙은행독립논의는 철학이
결여된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결말이 날수도 있다.

< 중앙은행제도에 대한 논란 근거 >

<>.정부대표의 금통위 참여

- 재경원 : 정부대표(재경원차관)가 참여치 않을 경우 위헌 논란
- 한국은행 : 대통령에게 최종책임을 지는한 합헌, 재경원이 참여할
경우 중립성 훼손

<>.정책협조체제

- 재경원 : 금융정책과 통화정책의 일관성 위해 재경원차관의 금통위
참여가 마땅
- 한국은행 : 재경원장관의 의안제의권과 재경원차관의 출석/발언권,
재경원장관 금통위의장의 모임정례화로 충분

<>.한은의 책임

- 재경원 : 독립성에 걸맞는 책임규명 장치 필요, 한은총재의 계약제
도입 등
- 한국은행 : 금통위 의사록 공개와 연 2회 국회보고로 대국민 책임장치
이미 마련

<>.금통위 위상

- 재경원 : 한은의 상위기구
- 한국은행 : 한은의 최고의사결정기구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