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랭킹 15위의 대림그룹 이준용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이
그룹회장에 취임한 것은 "오너=그룹총수"라는 재계의 일반적인 틀을 탈피
한데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수 있다.

특히 대림그룹이 재계의 대표적인 보수기업으로 알려진데다 오너인
이회장이 다른 그룹총수들에 비춰볼때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할수있는 연배
라는 점에서 더욱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59세 이회장의 이번 2선 후퇴는 우선 이회장의 평소 지론인 자율경영을
통한 공개경영을 실천해 옮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을때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게 이회장이 밝힌 일선 퇴임의
변이었다고 그룹측은 밝혔다.

그룹 사장단이 외부로부터 뜻하지 않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수 있다며
회장직 고수를 강력하게 건의했음에도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은 이회장
의 전문경영체제에 대한 의지를 엿볼수 있다.

대림그룹은 결국 그룹회장직에 마저 전문경영인이 오름으로써 그룹총수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층까지 모두 전문경영인으로 채워지게 됐다.

90년대초 이회장의 동생인 부용씨가 그룹부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단
한명의 이회장 친인척도 그룹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게 대림측의
설명이다.

완전한 자율경영구조를 갖추게 된 셈이다.

오너가 있는 재계 20대 그룹 가운데 전문경영인으로 유일하게 그룹총수자리
에 오른 김병진회장은 지난 94년 그룹부회장으로 일하며 사실상 그룹내
2인자 역할을 해왔다.

대림의 쌍두마차중 또다른 축으로 꼽히는 이정우 그룹부회장이 자금 관리등
안방살림을 해온데 반해 김회장은 신규투자 그룹진로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제2의 그룹간판 역할을 해왔다고 대림측은 밝혔다.

그러나 이회장의 명예회장 추대가 이회장의 완전한 의퇴는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룹은 밝혔다.

굵직한 투자사업이나 임원인사, 그룹정책조정등에서 이회장이 후견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대림그룹은 전문경영인의 그룹총수 선임으로 자율책임경영의 기조를
다지는 한편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 사안은 오너가 막후에서 챙김으로써
오너와 비오너 체제의 장점을 접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철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