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를 팔때 부동산가격 외에 "권리금"도 함께 받았을 경우 점포를 판
사람은 "언제까지, 어느지역 내에서는" 같은 업종의 가게를 내서는 안될까.

지난해 12월 김모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참기름 가게 "똘똘이집"을
주인인 이모씨로부터 3억5천만원에 구입했다.

가게가 목이 좋은 위치에 있는데다 계약전 며칠동안 가게를 드나드는 손님을
관찰해본 결과 수지가 맞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정상적인 부동산 가격외에 점포를 살때 주는 권리금도 같이 지불
했지만 "언제까지, 어느지역 범위내에서"는 같은 업종의 점포를 내면 안된다
는 약정을 서류로 남기지는 않았다.

김씨 가게는 그러나 개업한지 한달여만에 손님이 뚝 끊어지기 시작했다.

원인은 간단했다.

전주인인 이씨가 가게를 판지 한달뒤 같은 구에 유사상호인 "똘똘이식품"
이라는 상호로 버젓이 참기름집을 운영하면서 기존 고객을 그대로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권리금은 가게를 파는 사람이 확보해둔 기존 고객과 거래선에 대한
보상이므로 권리금을 받는 순간 이를 넘겨준다는 약정이 자동적으로 체결되는
것"이라며 "박씨가 유사상호로 같은 업종의 점포를 개설한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행위"라며 발끈했다.

김씨는 곧 이씨에게 매매계약을 취소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씨가 이를 받아들이지않자 김씨는 결국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권리금을
포함한 매매대금 3억7천만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김씨는 승소할수 있을까.

그렇다면 박씨는 "어느지역 내에서, 언제까지" 가게를 열면 안되는 것일까.

권리금은 주로 도시에서의 토지 또는 건물, 특히 점포의 임대나 매매에
부수해서 그 부동산이 갖고 있는 특수한 장소적 이익의 대가로서 지급되는
돈을 말한다.

그런데 권리금의 수수는 전적으로 관행에 의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법률의
규정도 없을뿐 아니라 판례상의 준칙도 없는 상태.

다만 상법은 영업양도인의 경업금지 조항을 둬 박씨의 행위와 같은 불공정
영업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상법 41조는 영업을 양도한 경우 다른 약정이 없더라도 양도인은 10년간
동일한 시.도.읍.면은 물론 인접한 시.도.읍.면에 같은 업종의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약정을 체결한 경우에는 20년의 범위내에서 양수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박씨가 권리금을 받은후 한달만에 같은 구에 유사
상호로 가게를 열어 기존 고객을 끌어갔다는 김씨 주장이 사실이라면 김씨는
당연히 승소할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법은 관행화된 권리금에 대해서도 민사소송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