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을 둘러싼 구조개편 논의가 가열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 필요성과 지원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공급과잉에 따른 국내 자동차산업의 구조개편을 정부에
적극 홍보하고 있는데 대해 기아그룹이 4일 "자동차산업 재편 논의의
배경과 함의"라는 보고서로 정면대응에 나섰다.

삼성이 제기하고 있는 개편론의 핵심은 기업인수합병(M&A).

삼성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자동차업체 가운데 하나가 부도로
쓰러지기전에 경쟁력이 취약한 업체를 성장가능성이 놓고 그룹경영이
안정된 업체로 집중하는 정부의 선행적 대응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로 시장원리에 기초한 민간자율의 산업구조
조정에 많은 장애가 있는만큼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을 비롯해 각종 해외자금
조달 규제, 유상증자 요건및 10대 계열기업군 증자한도 등의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정부가 특혜시비에 연연할 경우 산업구조조정은 지연될수밖에
없다"고 강조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삼성은 더욱이 이 보고서에서 기아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현대와 대우만이 생존기반을 갖추었다고 분석, 기아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기아는 이에 대해 "삼성이 기업자율성을 내세워 산업정책을 유리한 방향
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자동차기업중 생존이 어려운 기업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수출기반을 확대하고 활발한 해외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기아가
아니라 해외사업이나 수출기반이 없는 기업"이라며 삼성을 공박했다.

기아는 이 보고서에서 <>삼성이 닛산으로부터 추가적인 기술이전이 용이
하지 않은 형편인데다 초기기술료 5백억원과 2백억원이상의 경상기술료를
지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부품기반도 취약해 기존업체를 인수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룹의 돈줄인 삼성전자의
경영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설비투자자금 마련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임성규 기아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자동차산업에서
우위라고는 자금력밖에 없는 삼성그룹이 구조조정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기아는 곧 이 보고서를 초안으로 한 공식보고서를 마련, 청와대 재경원
통산부등 정부 관련부처에 제출할 예정이어서 자동차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공방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 김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