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연내 매각은 과연 가능할까.

그동안 한보철강의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됐던 현대그룹이 지난
2일 "입찰 불참"입장을 재확인하고 나섬에 따라 한보철강의 향배에 또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일단 현대가 인수 불가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이젠 삼성 LG 대우 등
대기업 그룹이나 철강업계 컨소시엄이 후보로 남게 됐다.

하지만 이들도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인수의사가 없어 한보철강의 제3자
인수처리는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 현대의 한보 입찰불참 발표은 한보철강 처리 전망을 극히
불투명하게 만들었다.

정부와 제일은행등 채권은행단은 제철업에 특히 관심이 많은 현대가
한보를 맡아주기를 기대했었다.

만약의 경우엔 현대가 고대하는 일관제철업 진출허용과 한보철강 인수를
서로 맞바꿔 "거래"하는 카드도 염두에 둔것도 사실로 보인다.

그런와중에 현대그룹은 박세용(박세용)종합기획실장을 통해 "오로지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제철업 진출에
한보 인수를 연계할 가능성에 대해서까지 강력 부인했다.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이면 현대의 한보철강 인수는 물건너 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가능성은 두가지다.

삼성 LG 대우 등 비(비)철강 대기업 그룹이 인수하거나 동국제강
동부제강 등 철강업체들이 컨소시엄으로 공동인수할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 두가지 대안도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게 대체적 분석이다.

우선 비철강 대기업 그룹의 경우 현대의 제철업 진출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와중에 누가 선뜻 한보철강을 인수하겠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만약 철강에 경험도 없는 어떤 그룹이 한보철강을 인수했는데 이어 현대가
일관제철소를 건설한다면 과연 한보철강이 살아남을 수 겠느냐는 얘기다.

한보철강의 미니밀이나 코렉스는 고로 제철소 보다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그렇다.

따라서 아무리 대기업 그룹이더라도 현대의 일관제철소 진출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선 한보를 떠안으려 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 철강업계 컨소시엄 인수도 간단치 않다.

컨소시엄을 구성할 만한 동국제강과 동부제강 등은 컨소시엄 인수의
전제로 포철의 공동 참여를 주장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미니밀이나 코렉스등 신공법에 대한 경험을 가진
포철이 참여하지 않고는 한보철강을 인수하더라도 정상화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데 정작 포철은 한보철강 인수에 발을 담그고 싶지 않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왔다.

공기업인 포철이 한보철강 인수에 관여할 경우 통상마찰이 우려된다는
방어논리를 펴고 있다.

철강업계 컨소시엄도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

철강업계는 이같은 저간의 사정을 감안할때 한보철강의 새주인 찾기는
올해안에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누구도 책임지고 한보철강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당진제철소의 제3자 인수가 성사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어차피 내년이후로 넘어가야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