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2차 보고서가 드디어 김영삼대통령에게 3일 보고됐다.

야당의 협조속에 정부여당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올 하반기부터
금융기관과 감독기관 전반에 걸쳐 대폭발(Big Bang)이 일어나게 될 전망이다.

김대통령이 금융개혁을 임기중 "최후의 치적"으로 삼으려는 것은 정부의
과보호와 규제로 비능률 비효율성의 대명사였던 금융산업 혁신없이는
제조업등 다른 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권이 교체된 영국정부가 가장 먼저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나서는등
선진국마다 <>금융감독 통합 <>금융산업의 효율성 제고 <>정부와 중앙은행
과의 역할 재정립의 방향으로 금융개혁작업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도
타산지석이 된 것은 물론이다.

통치권자의 의지가 그만큼 강하고 금융개혁에 대한 욕구가 누적돼 있기도
한 상황이어서 금개위의 이번 개혁안은 금융빅뱅의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개위가 제시한 내용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하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논쟁을 벌였지만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던 중앙은행제도
를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각도로 개편토록 한 게 가장 눈길을 끈다.

또 대기업그룹에 대해 결합재무제표를 의무적으로 작성토록 한 것이나
논의를 금기시해온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과감하게 허용한 대목도 새로운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이밖에 말만 무성했던 은행지분 소유제한을 상당부분 완화했고 각종
금융기관에 대한 신규진입 장벽을 허물어 버린 대목도 높이 평가된다.

은행을 포함해 부실한 금융기관은 퇴출시킬 수 있도록 절차를 정해 준
부분도 개혁으로서의 한자리를 차지할 만하다.

그러나 국가의 백년대계인 금융개혁방향을 불과 4개월에 완성한다는
시간상의 제약과 개혁지상주의적 강박관념 등으로 모호한 이름의 제도만
나열한 대목이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구체적인 기준등이 없이 "허용하라"고만 한 부분이나
은행지분보유의 예외인정 요건등도 설명이 미흡하게 돼 있다.

결합재무제표는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군다나 이해당사자들의 견해차이가 너무나 심해 과연 제대로 실현될지에
대한 의문조차 일어날 정도다.

특히 <>통화신용정책 기능 부여를 통한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및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등 감독기구 통합등을
두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간의 알력은 극에 달해 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물론 총무처등의 의견도 달라 한마디로 "10인10색"의
형국이다.

처리시한은 이번 임시국회로 결정이 난 상태에서 이같이 갑론을박이 진행
되고 있어 자칫하면 최종안 확정과정에서 졸속처리에 따른 부작용의 후유증
을 남길 공산이 크다.

이미 대선레이스에 들어간 야당의 경우 충분한 심의등을 이유로 처리연기를
주장할 가능성이 큰데다 레임덕현상에 따라 여당의원의 "1백% 통과 협조"도
쉽지 않은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의 원만한 통과는 아무래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집권초기에 시작했어도 될까말까한 개혁조치를 막판에 시도하는 만큼
통치권차원의 조정이 뒷받침 돼야만 또한번의 탁상공론으로 기록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최승욱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