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들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대해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운영자금 조달을 위한 신디케이션 구성 자체가 무산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2일 업계및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진로그룹이 부도방지협약 적용대상에
포함된 이후 한국계 기업에 대한 대외신인도가 급속히 추락하면서 외국계
은행들의 경계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들어 포스코 한국통신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일부 우량기업들을 제외
하고는 해외에서 역외금융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기업은 거의 없다.

최근 제일제당의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은 1억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현지
외국계 은행들과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대출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그룹 계열사인 동양글로벌도 동양시멘트 보증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주택분양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소요자금(2천3백만달러) 조달에 외국계
은행들을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또 중국에서 조명기구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금호건설도 외국계 은행의
외면으로 1천만달러 규모의 신디케이션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선박대금으로 받아둔 약속어음을 담보로 8천만달러의 차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수기관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국내 은행들로만 신디케이션을 구성해야할 입장이지만 시중은행
들의 외화사정도 빠듯해 자금조달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로 S사, L사, B사 등은 동남아및 유럽시장에 진출한 현지법인의 사업
확장을 위해 지난달 신디케이션 구성을 시도했으나 무산됐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기관 가운데 역외신디케이션 인수.주선업무가 가장
활발한 산업은행의 경우 5월말 현재 9천50만달러의 실적을 올리는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3억3천3백만9천달러)에 비해 무려 72.9% 줄어들었다.

이같은 양상은 일본계를 중심으로 한 외국계 은행들이 한국기업에 대한
대출여부를 해당은행 본부의 승인사항으로 해놓는 등 대출요건을 엄격하게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기업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자금을 빌려주려
하지 않는다"며 "사업계획 수정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