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모든 금융기관들은 의무적으로 고액현금거래 내용을 기록, 5년이상
보존해야 하며 검찰과 세무당국은 필요시 이 기록을 법원의 압수수색영장
없이 손쉽게 열람할 수 있게 된다.

또 뇌물등 불법자금임을 알고서도 은닉등의 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빌려준
합의차명자도 처벌을 받게 된다.

재정경제원과 법무부는 29일 이같은 내용의 "자금세탁방지에 관한 법률"과
"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마련, 당정회의에 올렸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이들법안을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경제에 충격을 줄수
있다며 반대,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자금세탁법안에서 <>공무원의 뇌물수수 <>국가.지방자치단체 회계
관계직원등의 횡령.배임 <>불법정치자금 수수 <>특정범죄가중처벌법등에
관한 법률상의 조세.관세 포탈범죄 <>금융기관 임직원의 수재 <>폭력조직
범죄 등을 특정범죄로 규정, 처벌할수 있게 했다.

특히 불법자금의 세탁행위에 대해서는 7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며 불법자금인줄 알면서도 금융기관 임직원이 이 사실을
검찰에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사실을 누설할 경우에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정치인들이 받는 "떡값"은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정치자금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이 법의 처벌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한편 신한국당 나오연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당정회의뒤 기자들과 만나
"금융실명제가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판단에서 이를 완화하는 마당에 새로이
돈세탁방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규제완화의 효과를 희석시킬 뿐만 아니라
또다른 충격을 줄 우려가 있다"며 자금세탁법과 금융실명거래법 모두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나의원은 현재와 같이 조세체계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자금세탁방지법을 강행할 경우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 수탁이 더욱 줄어들어
경제살리기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신한국당 법사위원들은 지난 28일 간담회를 갖고 "수사 편의를
위해 모든 금융거래를 대상으로 제한장치를 두는 것은 입법목적상 적절치
않다"면서 "금융실명제 보완방법과 고비용정치구조개선 논의를 지켜 보며
총체적으로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 최승욱.손상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