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30가 6577 통과, 냉연 출하 준비하라. 오버"

"여기는 냉연 출하반, 출하 준비 완료.

3번 주차선에서 대기 유도바람. 오버"

인천 가좌동 10만여평 부지에 자리잡은 동부제강 인천공장.

제품을 싣어낼 대형 트레일러가 이 공장의 후문을 통과하자 마자 출하반에
무선 연락이 전달된다.

현장에 대기중이던 출하반 직원들은 역시 무전기로 출하준비 상황을
알리고 제품 상차를 서두른다.

트레일러가 냉연공장에 도착하자 마자 대형 기중기가 작동, 제품을
옮겨 싣기 시작한다.

제품이 트레일러에 싣리면 트레일러는 다시 후문을 통과해 수요공장으로
내달린다.

이렇게 수요업체의 트레일러가 동부제강 후문을 들어와 제품을 싣고
빠져 나가는 시간은 길어야 평균 40분을 넘지 않는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1시간 가까이 걸리던 것이었다.

제품출하시간 단축을 위해 지난 2월부터 후문 경비실과 출하요원들에게
무전기를 지급하고 난뒤 나타난 성과다.

이 뿐 아니다.

동부제강은 제품별로 출하차량 대기장소의 주차선을 다른 색깔로 표시,
트레일러가 출하장소를 쉽게 찾아가 대기시간을 최소화하도록 했다.

또 사전 출하 예고제를 실시해 그동안 오후 시간에 몰리던 출하차량을
오전으로 적절히 배분하는 데도 성공했다.

전국의 자동차 가전공장으로부터 주문받은 냉연강판과 컬러강판 등을
신속히 배달하는 것이 고객만족의 첫걸음이란 생각에서 동부제강은 제품
출하시간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제품중에서도 다운스트림 쪽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동부제강도 사실 최근의 불황한파에선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자동차 가전등 수요산업의 침체는 동부제강의 판매부진으로
직결됐다.

건설경기 부진도 사상최대의 강관 재고기록이란 상처를 남겼다.

게다가 경쟁업체들의 신증설로 공급과잉까지 겹쳐 지난해엔 당기순이익이
1백23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이 전년(3백11억원)보다 절반이상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부제강이 택한 불황극복 전략은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자는 것.

이 기본과 원칙의 대전제는 물론 "고객만족"이다.

동부는 고객만족을 위해 크게 고객서비스 강화와 품질향상이란 두가지
전략 목표를 세웠다.

10분이라도 제품 출하시간을 줄이려고 힘쓰는 것도 고객서비스 강화
활동의 하나인 셈이다.

동부제강이 고객서비스를 위해 또 하나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애프터서비스다.

고객불만이 접수되면 언제 어디이건 찾아가 24시간내에 처리한다는
게 기본 원칙.

울산의 현대자동차에서 제품 하자를 알려오면 해당 제품의 기술진이
항공편으로 즉시 현지에 급파돼 문제를 해결해준다.

이를 위해 동부제강은 수요업체별로 고객담당자를 선정해 기술진과
연계한 "고객서비스팀"을 구성했다.

동부제강은 고객서비스 활동과 함께 제품 품질향상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품질이야말로 고객만족의 바탕이자 가장 기본이란게 동부제강의
믿음이다.

여기서 독특한 건 동부제강만이 자랑하는 "품질실명제".

이 회사의 공장에서 출고되는 모든 판재류 제품에는 어김없이 제품
책임생산자나 검사자의 사진과 성명 전화번호 등이 쓰인 스티커가 붙는다.

"생산직원들에겐 책임감을 심어주고 불량품에 대한 책임소재를 확실히
하기 위해 작년 6월부터 품질실명제를 실시하고 있다.

수요자들이 만약 제품의 문제를 발견하면 책임생산자나 검사자에게
직접 연락해 문의를 하거나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제품 1급"합격률이 1-2%포인트나 향상되는 큰 성과를
거뒀다.

동부제강 제품에 대한 신뢰감이 커지고 기업 이미지가 높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고 있다"(김동우 품질보증팀 부장).

이와함께 동부제강은 <>설비운전 <>안전 <>품질이상조치 <>설비 등에 관한
매뉴얼(표준 지침서)를 일일이 작성해 현장에서 활용토록 하고 있다.

"근무경력 7-15년 사이의 고참 현장직원들이 과거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1년여간 준비해 최근 4개분야 매뉴얼을 완성했다.

여기엔 설비운전 방법은 물론 만약 문제가 발생했을땐 이렇게 이렇게
조치하라는 식의 요령이 상세히 적혀있다.

햇병아리 작업자라도 이 매뉴얼대로만 하면 베테랑처럼 설비를 운전하고
사고발생에 대처할 수 있다"(이화영 관리부장) 작업매뉴얼의 활용 결과로
동부제강은 석도공장의 경우 올들어 지난 4월까지 작업률이 99.4%에 달해
세계적인 경쟁업체인 일본 NSC사(사)의 98-99% 수준을 넘어서는 개가를
올렸다.

또 1급제품 수율도 같은기간중 97.3%를 기록해 NSC를 능가했다.

그러나 동부제강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있다.

계속적인 매뉴얼 보완과 활용을 통해 제품 불량률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고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신속히 수요업체에 공급하고 철저한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하는 세계 최고의 냉연업체로 발돋움한다는 게 요즘
동부제강이 키워가고 있는 꿈이다.

"불황이라고 소극적으로 움츠러들면 결코 불황을 이겨낼 수 없다.

어려울때일수록 품질향상 고객서비스 강화라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 불황도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것이다".

조철형 동부제강 인천공장이 말하는 "동부식 불황극복 철학"이다.

<인천=차병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