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박찬욱(55) 전산담당 이사는 요즘 눈앞에 다가온 은행시장
개방에 대비, 외국은행의 시장공세를 막아낼 방안을 찾느라 고민하고 있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디지털 은행" 시스템 구축.

"국내 은행과 외국은행의 경쟁은 전산기술에서 승패가 판가름날 겁니다.
외국은행은 인터넷뱅킹 홈뱅킹 펌뱅킹등 첨단 전산거래 기법을 앞세워 우리
시장에 뛰어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에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컴퓨터에 익숙한 20,30대 고객들을 외국 은행에 빼앗길 수밖에 없지요"

그는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인터넷 뱅킹에 관심을
두고있다.

시장 개방전 보안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된 시스템을 개발하는게 그의 목표
이다.

박이사는 지난 68년 조흥은행에 입행, 전산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줄곧
이 분야에서 일해온 국내 은행 전산화의 산증인.

82년 신한은행 설립과 함께 자리를 옮겨서도 은행전산화에 매달렸다.

그는 아직도 70년대말 은행에 단말기가 처음 보급될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단다.

그는 은행전산화에 대한 뚜렷한 철학이 있다.

5년후를 겨냥한 시스템을 개발 구축해야 살아남을수 있다는 것.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면 영원히 "한물 간" 시스템을 빌려 쓸 수밖에
없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아직 쓰이고 있지 않은 인터넷 뱅킹에 남다른 관심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융전산화는 단순한 업무 프로세스 지원 차원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IT(정보기술) 자체가 새로운 금융상품을 창출
하는 단계로 발전했습니다"

신한은행이 다른 은행보다 앞서 메인프레임 중심의 전산시스템을
클라이언트 서버(CS)로 바꾸고 있는 것에서도 박이사의 철학을 엿볼수 있다.

그는 지난 94년 "CS유용론"을 역설하며 CS시스템 개발에 착수, 지난달
외환 및 카드 업무를 CS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박이사는 CIO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최고 경영자에게 5~10년후를
대비한 정보기술을 제시, 전산화를 추진할수 있도록 뒤에서 돕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임원들을 상대로 금융과 정보기술이 결합돼
전개될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금융"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