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속히 유포되고 있는 "금융대란설"이나 "금융공황설", 또는
"신용공황설"의 실체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세가지 단어 모두 원래의 개념과는 동떨어진, 실체가
불분명한 상태로 사용되고 있다.

단지 "기업부도설-금융기관의 여신기피-연쇄부도 현재화-신용위기"라는
가상적 현상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말일 뿐이다.

즉 현재와 같이 무차별적인 기업부도설이 유포되면 금융기관들이 여신을
회수하거나 중단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이어져 금융기관
과 기업들간의 거래는 더욱 위축되게 된다는 포괄적 의미로 쓰이고 있다.

원론적 의미에서 신용공황이나 금융공황은 경제의 바탕을 이루는 신용질서가
송두리째 붕괴되는 것을 뜻한다.

어음은 물론 수표에 대한 공신력이 떨어져 "금융기관을 믿을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예금자들의 예금인출사태가 속출, 금융기관이 잇따라 무너질때
사용된다.

금융대란은 뚜렷한 개념은 없으나 <>대규모 예금인출사태 <>화폐나 유가증권
의 가격폭락 <>금융기관의 지급불능상태 등으로 일대 혼란에 빠진다는 뜻으로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을 굳이 표현하자면 자금대란설이 그중 근접한 개념
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그러나 실제 시중자금 사정이나 시장금리가 불안한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대란설도 적합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굳이 적합한 용어를 찾는다면 "심리적 자금대란" 정도가 알맞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증시나 언론 등을 통해 부실우려기업의 실정이 과장돼 전달되고 이 과정에서
기업거래 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이 확대 재생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일 몇몇 기업이 쓰러지는 상황이 현재화되면 그 충격은 엄청나겠지만
금융질서를 정지시켜 버릴 정도의 파급은 없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은
편이다.

< 하영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