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부도와 금융대란설에도 불구, 대기업들은 대부분 양호한 자금사정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부도소문이 나도는 몇몇 한계기업만 주로 자금난에 봉착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자금사정을 알수 있는 지표는 우선 당좌대출 소진율이 꼽힌다.

당좌대출은 일정한 한도내에서 수시로 쓸수 있는 대출을 말한다.

자금사정이 좋지 않을 경우 소진율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달들어 당대소진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지난 3월말 28.9%까지 올랐던 소진율은 지난달말 28.0%로 낮아진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25.4%로 떨어졌다.

사정이야 어찌됐건 기업들이 자금을 쓰지 않는 만큼 적어도 대기업들의 경우
자금사정에 비교적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또 주로 대기업들이 주로 단기자금을 운용하는 종금사 CMA(어음관리계좌)
예탁금 규모도 지난 17일 현재 9조3천8백95억원을 기록, 연중최고치를 경신
했다.

CMA 예탁금규모는 지난 2월말 9조2천5백67억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뒤
두달간 계속 줄어들어 지난달말 8조8천81억원으로 감소했으나 이달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대기업.중소기업간 금리의 변동추이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4월중 대기업 대출금리는 가동권 11.75%로 전략의 연 11.80%보다
0.0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중소기업금리는 연 11.23%로 전달의 11.21%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결국 기업들 간에도 자금의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김원태 한국은행 자금담당이사는 "대기업들의 경우 설비자금 수요가 거의
없는데다 지난해말 회사채 발행 등으로 운전자금도 확보한 것으로 보여 자금
사정에 비교적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지 내수에 의존하는 유통
부동산 건설업의 경우 국내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게 금융대란설로
확대 포장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