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태 현암사 사장(56)은 요즘 PC화면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신이 난다.

며칠전 출간한 1천5백페이지의 3만2천원짜리 초대형 음반감상 가이드
서적인 "이 한장의 명반"이 전반적 불황속에서도 하루 평균 2백~3백부가
팔리고 있어서다.

그는 시간날 때마다 책상앞의 PC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나타나는 책의
주문현황 현재재고 매출 이익 등 재무상황을 확인하면서 언제쯤 재판
3판을 발행할 지 여부를 형난옥 편집주간과 분석작업을 하다보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조사장은 이처럼 출판업계에서 컴퓨터를 통한 출판을 비롯 회계나
영업분야까지 완벽한 전산화를 선도한 주인공으로 꼽힌다.

이에따라 이 업계에서 "컴퓨터신봉 경영자"로 통하기도 한다.

현암사는 이를통해 지난 92년 "원고지없는 출판시대"를 국내에서 가장
먼저 열었고 경리 영업 배송분야까지 LAN (구역내통신망)을 연결,
주문때부터 종이서류를 주고 받을 필요 없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조사장이 사업에서 PC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은 지난 85년 8비트
애플컴퓨터를 도입하면서다.

"직원들이 각 서점으로부터 주문을 받고 창고에서 꺼내 서울시내 등에
배달을 한뒤 수작업으로 판매액 등을 집계하다보면 퇴근시간이 보통 9시를
넘겼지요"

특히 재.개정 법률 등 법전류출간을 위해 법무부로터 원고를 넘겨받아
편집작업을 하다보면 전직원이 매년 11,12월은 밤을 새는 일이 허다해
타개책으로 컴퓨터를 해결사로 쓰기로 했다고 조사장은 설명했다.

먼저 회사주변의 한 소프트웨어 (SW) 업체와 공동으로 출판업경영에
맞는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하고 이를 적용했다.

이같은 일을 서너차례 반복하면서 SW에 맞는 하드웨어를 도입하는 등
막대한 투자까지 감내하면서 현재와 같은 시스템 구축에 이르게 됐다는 것.

조사장은 "때로 책이 잘나가지 않을 때 PC를 통해 현재 상황을
점검하다보면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시스템의 구축이 편집인력활용의 효율성을 가져왔을 뿐아니라
각종 저장데이터의 재활용 가능성을 크게 높여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워드프로세서로 원고를 작성하고 1년전부터 개인적으로 마련한
개인관리프로그램으로 인사한 분들 신상등을 기록하고 있지요.

때로 게임도 해보지만 쉽지만은 않더군요"

< 글 윤진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