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분기중 경제성장률이 5.4%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나자 경기의
"바닥탈출"시점이 언제인가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엔 예기치 않았던 "엔고현상"마저 나타나 경기저점논쟁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경기저점에 대한 주장은 크게 두가지다.

첫번째는 지금(2.4분기)이 바로 경기저점을 지나는 시기이며 4.4분기부터
경기회복세가 가시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이는 재정경제원 한국개발연구원(KDI)등 주로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에서
제기되고 있다.

다른 견해는 내년 1.4분기에나 바닥을 칠 것이고 따라서 경기회복시점도
더뎌질 것이라는 주장으로 한국경제연구원과 대우경제연구소등 주로
재계에서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재계 모두 경기저점이 언제인지에 관계없이 경기바닥추세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란 의견엔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

즉 과거의 경기회복기처럼 경기가 바닥을 친후 곧바로 회복기에
들어서는게 아니라 4~6%대의 저성장세가 상당기간 지속된후 경기가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앞으로 경기흐름은 "V자형"보다는 "U자형"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한국은행등에선 앞으로 우리경제는 5%를 전후한 저성장체제가
지속된다는 이른바 "L자형"경기론을 조심스럽게 거론하고 있기도 하다.

<> 정부및 관변연구기관 =2.4분기가 경기저점이라는 주장이다.

KDI가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며 재정경제원도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말로 이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이들이 내거는 주된 근거는 뚜렷한 수출회복세와 엔화강세.

올들어 지난 3월까지 3개월 연속 감소했던 수출이 지난 4월엔 7%늘어나
증가세로 돌아서는등 수출회복세가 완연하다는 점을 우선 꼽고 있다.

또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 달러당 1백12엔대까지 하락하는등 엔화강세조짐이
역력, 수출증가세에 도움이 되리란 점도 바탕에 깔고 있다.

김준경 KDI연구위원은 "내수가 약간 부족하긴 하지만 수출이 회복세인데다
엔화강세가 지속되고 있고 세계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 지금이
경기저점으로 판단된다"며 "4.4분기부터는 본격회복세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재계의 시각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섰다고는 하지만 단가상승기미가
없는데다 엔고효과도 미미할 것이란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국내산업의 고비용.저효율구조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내수부진및
신용경색마저 겹쳐 쉽사리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오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신후식 대우경제연구소 국내경기팀장은 "엔화가 달러당 1백5엔이하로
절상되지 않는한 국내산업에 대한 효과는 조선 정밀기계 가전등에 국한되는
만큼 전체적인 기업채산성이 개선된다고 속단하기는 힘들다"며 "내년
1.4분기나 돼야 경기저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팀장은 특히 지난 1.4분기 성장률이 5.4%에 달한 것도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등 거대장치산업의 밀어내기식 생산탓이라며 이들 기업의
재고가 줄지 않는한 거품성장만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