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네트워크업계가 하나시스템의 부도사태 여파로 휘청거리고 있다.

라우터 허브 LAN카드등 네트워크장비 유통전문업체인 하나시스템은 최근
약 20여개 업체로부터 네트워크 장비를 구입한후 어음 대금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

부도금액은 최소한 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로인해 인성정보는 10억여원, 메디오피아 8억원, 코리아네트 3억원, 쌍용
정보통신 1억8천만원, 테라 명제 해태전자등이 각각 1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업체들은 현재 인성정보를 중심으로 채권단을 구성, 채권회수에
나섰으나 하나시스템의 이창용사장이 해외로 도주한데다 자산가치가 없어
회수가 어려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번 사태로 가뜩이나 문란했던 네트워크시장 질서가 극도로
혼탁해질 것으로 우려하고있다.

하나시스템이 공급한 40억원여의 덤핑물품들이 소진되기 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덤핑물품들은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이 유통되는 쓰리콤사의
라우터 허브 스위치등 네트워크장비 전반에 걸쳐있어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여기에 다른 덤핑제품까지 한꺼번에 쏟아질 것으로 보여 유통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이번 사태는 네트워크시장의 유통관행이었던 안면거래(신용거래)행태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

그동안 네트워크장비 생산업체및 유통업체들은 주로 판매채널을 통해
신용으로 물품을 거래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신용거래는 더이상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는 네트워크시장의 대부분을 차지고있는 중소업체에게 커다란 자금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그간 곪았던 게 터졌을 뿐"이라며 "관행화
된 덤핑판매, 음성적인 거래행태가 근절되지 않는한 이와같은 사태가
또다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