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어뚱한 사람이 챙긴다"

시스템통합(SI)프로젝트에서 국내 SI업체와 외국 장비공급 업체간의
역학관계를 빗댄 말이다.

프로젝트는 국내 SI업체들이 추진하지만 돈은 외국 업체가 챙긴다는
의미다.

이는 SI프로젝트의 경우 일반적으로 공사비의 60~70%가 하드웨어(HW)구입
분야에 쓰여지고 HW의 상당부분이 메인프레임 서버등 외국제품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

또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등 시스템소프트웨어(SW)분야에서도
외국제품이 주로 사용되고 있어 "엉뚱한 사람"의 몫은 크게 불어난다.

최근 한 SI업체가 수주해 구축한 A프로젝트의 경우 총 공사비는 1백20억원.

이중 60%인 72억원이 메인프레임 내트워크장비등 HW 구입에, 20%인
24억원이 데이터관리시스템(DBMS)등 외국산 시스템SW구입에 쓰여졌다.

72억원의 HW장비중 외국회사에 돌아간 돈은 약 60억원.

결국 총공사비의 70%인 84억원이 외국회사에게 돌아간 셈이다.

외국 업체가 이처럼 막대한 돈을 거둬가는 것은 국내 기술이 없는데 따른
어쩔수 없는 상황.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SI업체가 제품공급 댓가로 외국업체로부터 받게될 커미션을 겨냥,
자체개발 보다는 외국제품을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

A프로젝트의 경우에도 해당 SI업체는 외국업체로부터 약 5%의 커미션
(약4억2천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것 보다 외국제품을
들여오는게 수지상으로 더 유리한게 사실"이라며 "이로인해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단순한 외국회사의 벤더(공급자)로 전락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SI업체와 HW업체들이
손을 잡고 솔루션 확보에 나서는등 정보기술(IT)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