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1년만에 또다시 내려앉았다.

스위스 국제민간경제연구기관인 세계경제포럼(WEF)이 20일 발표한
''97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53개국가중 우리나라는 2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20위)보다 1계단 떨어진 것. 이와 대조적으로 싱가포르(1위)
홍콩(2위) 대만(8위)등 우리의 경쟁상대국들은 모두 10위권안에 들었다.

이들은 작년 순위를 유지하거나 경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싱가포르는 금융시장개방 공무원청렴도 우수한 사회간접자본 노동시장
유연성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음으로써 2년 연속 수위를
차지했다.

민영화 규제완화등을 통해 시장경쟁원칙에 충실해온 미국 영국등이 약진한
반면 일본 독일등 구조조정이 늦은 나라들은 순위경쟁에서 밀려 대조를
보였다.

중국도 7계단이 뛰어올라 한국을 맹추격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8개 평가분야별로는 한국은 시장개방에서 일본(37위) 다음으로 38위에
랭크돼 시장의 폐쇄성이 여전히 국가경쟁력향상에 가장 큰 걸림돌인 것으로
지적됐다.

사회간접자본부문에서도 21위에 랭크돼 인프라의 낙후성과 부족함이 여전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업경영부문에서는 29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력부문에서는 26위를 차지해 말레이시아(23위)보다 뒤떨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노동시장부문에서 정리해고제도입 복수노조허용 변형근로제도입등을 골자로
한 노동법개정에서 높은점수를 얻어 14위에 랭크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일본 독일등 그동안 정부규제가 심한 나라들이 나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최근들어 규제완화등 각종 경제개혁프로그램을 잇달아 발표했지만
지난해 13위에서 14위로 한계단 추락했다.

독일이 지난해 22위에서 올해 25위로 밀린 것도 일본의 경우와 비슷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장경제원리에 입각한 경제정책을 펼쳐온 미국 영국 아일랜드 등은
후한 점수를 얻은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은 지난해보다 1계단 뛰어올라 3위에 랭크돼 "경제대국"중 경쟁력향상
이 가장 돋보인 나라로 조사됐다.

영국도 지난 20여년간 추진해온 민영화와 경제개혁노력 덕분에 지난해
15위에서 올해 7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유럽연합(EU) 회원국중 90년대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기록한 아일랜드도
지난해 26위에서 올해 16위로 도약했다.

세계경제의 "골리앗"으로 일컬어지는 중국은 지난해 36위에서 29위로
7계단이나 뛰어올랐으며 이는 현재 추진중인 경제개혁노력이 크게 반영된
결과로 보여진다.

올해는 또 3천여명의 경영자를 상대로 한 별도의 국가경쟁력 "경영자조사"
를 발표했는데 이 조사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 싱가포르 독일에 이어 5위에
랭크됐다.

한국이 이처럼 경영자조사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 것은 한국경제가 주로
대기업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고 세계시장에서도 잘 알려진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세계경영자들의 한국경제에 대한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보고서에는 한 나라의 경제성장이 세계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정도를
기준으로 한 "시장성장성" 조사도 함께 발표됐다.

이 조사에서는 우리나라는 지난해 8위에서 4계단 하락한 12위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미국은 지난해 이어 1위자리를 고수했으며 다음으로 중국 인도 일본
인도네시아 순으로 나타났다.

홍콩(24위) 싱가포르(29위) 등이 뒤로 밀려난 것은 경쟁력은 갖췄지만
경제규모가 작아 세계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정도가 미미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이밖에 WEF보고서는 매년 주요경제이슈 하나를 선정, 국가경쟁력과의
상관관계를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복지문제에 이어 올해는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전반적인
흐름과 형태를 집중 조명한 연구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투자형태는 그 지역의 시장성자체를 보고 투자
하는 경우와 투자지역을 제3국으로의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활용하는 경우
등 크게 두가지로 나뉘어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WEF 조사결과는 최근 발표된 IMD 국가경쟁력 최종보고서와는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져 이들 기관들의 자료가 어느정도 신뢰성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IMD 보고서에서 4위를 차지했던 핀란드를 WEF는 19위로 평가절하
했다.

또 덴마크를 8위에 올려놓은 IMD에 반해 WEF 보고서는 20위로 매겨 두
기관 사이에 한 국가의 경쟁력을 놓고 무려 12계단 차이가 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기관이 서로 인정했듯이 국가경쟁력에 대한 정의와 평가방법이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 김수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1일자).